박근혜 정부의 첫 공공기관장 인사로 예술의전당 사장에 임명된 윤당아트홀 관장 고학찬(66)씨는 방송 PD 출신이다. 1970년 동양방송(TBC)에 입사, 라디오 어린이 인기 프로그램인 '손오공'으로 시작해 TV로 옮겨 '장수만세' '좋았군 좋았어' 등 교양ㆍ코미디 프로를 연출했다. 1980년 미국으로 떠나 뉴욕의 한인방송인 KABS-TV 편성제작국장으로 일했고, 1994년 귀국해 제일기획 Q채널 국장, 삼성영상사업단 방송본부 제작기술국장을 지냈다.
동양방송 퇴사 후 한동안 작가로 활동하고 연극 연출도 했던 그는 2009년 서울 신사동에 윤당아트홀이 개관하면서 관장으로 일해 왔다. 윤당아트홀은 260석, 150석의 소극장 2개와 갤러리를 갖춘 곳이다.
이번 인사에 대한 공연계의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보도자료에서 고 관장을 "공연장 운영자로서 전문성과 경영 능력을 인정 받은 문화예술 분야 전문가"라고 설명했지만, "윤당아트홀도 고 관장의 이름도 처음 들어본다"며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윤당아트홀 홈페이지에 보면 지난해 이 극장의 공연은 10편으로, 취학 전 어린이 대상 뮤지컬이 절반 이상이고 주목을 받은 작품은 눈에 띄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의 코드 인사가 아니냐는 의혹도 사고 있다. 고 관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일 때 인연을 맺어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에서 문화예술 분야 간사를 맡았고, 이번 대선 때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공교롭게도 현재 윤당아트홀에서는 박 대통령의 어머니 육영수 여사 일대기를 그린 극단 백의 뮤지컬 '퍼스트 레이디'(극본ㆍ연출 백동철)를 공연 중이다. 지난 1일 개막해 5월 31일까지 하는 이 작품은 윤당아트홀이 장소만 빌려주는 대관 공연이지만, 보는 눈이 곱지 않다.
공연계에 오래 종사해온 한 인사는 예술의전당이 2,200석의 오페라극장과 2,550석의 콘서트홀을 포함해 6개의 극장과 미술 전시장을 갖춘 국가대표 문화공간임을 상기시키면서, "이번 인사는 한마디로 함량 미달"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신통치 않은 소극장 운영자가 예술의전당 사장을 맡은 것은 동네 전파사 주인이 아이폰을 만들겠다고 나선 격"이라고 꼬집었다.
오미환 선임기자 m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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