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불청객 황사가 몰려오고 있다. 말끔하게 세차를 해도 하루만 지나면 뿌옇게 먼지가 쌓이고, 비가 온 뒤에는 차가 흙탕물을 뒤집어 쓴 듯 엉망이 되기 일쑤다. 그 먼지가 그대로 폐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숨이 막힌다.
기존 환경 감시 대상인 PM10(직경 10㎛ 이하 미세먼지)은 코나 기도 등 호흡기에서 걸러져 콧물, 가래 등으로 배출된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입자가 작은 PM2.5(2.5㎛ 이하 초미세먼지)는 폐 속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각종 질환을 일으킨다. 초미세먼지의 굵기는 머리카락을 28개로 쪼갠 것보다 작아 약국에서 파는 일반적인 면 마스크로는 막을 수도 없다.
편서풍이 부는 봄철이면 중국이나 몽골의 사막지역에서 시작한 황사 덩어리가 중국의 공업지역을 통과하면서 각종 유해물질들을 함께 실어오기 때문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임종한 인하대병원 산업의학과 교수는 "초미세먼지가 1㎥당 10㎍ 증가할 때마다 사망률이 6%정도 증가한다"고 말했다. 1952년 런던에서는 석탄이 타면서 공기 중으로 퍼진 유해물질 때문에 4,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PM2.5 물질들은 규소, 알루미늄, 칼슘, 마그네슘 같은 토양 성분 외에도 황산이온, 질산이온 등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황산이온, 질산이온은 먼지에 붙으면서 산화물로 변하는데 이 물질들이 폐에 들어가면서 기관지, 폐에 염증을 일으킨다. 이로 인해 나타나는 질환은 기관지염,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 대표적이다. 뿐만 아니라 백혈구를 자극, 인터류킨 같은 염증 매개물질을 만들게 해 혈관벽 염증을 유발한다. 동맥경화, 뇌경색, 심근경색 등을 일으키는 것이다. 입과 코로 들어온 유해물질이 혈관까지 영향을 미쳐 전신의 염증을 유발하는 셈이다.
모공보다 작은 초미세먼지는 알레르기성 피부염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여드름이나 아토피가 있는 사람은 증상이 급격히 악화할 수도 있다. 황사에 의해 오염된 피부가 가렵다고 긁었다가는 진물이 나는 심한 피부염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초미세먼지와 맞서 싸울 재간은 없다. 일기예보를 잘 보고, 황사경보가 발령되면 외출을 삼가는 게 최선책이다. 중앙대병원 피부과 김범준 교수는 "팔에 아토피 피부염이 있던 초등학생이 황사가 심할 때 야외활동을 장시간 한 뒤 전신으로 퍼진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어쩔 수 없이 밖에 나가야 한다면 일반 마스크보다는 좀더 조밀한 황사용 마스크를 쓰고 피부 노출 부위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평소 콘택트렌즈나 소프트렌즈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황사철만이라도 반드시 안경을 써야 한다. 식생활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임종한 교수는 "초미세먼지가 몸에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조금이라도 막으려면 녹차를 비롯한 차 종류를 많이 마시고 비타민 보충을 위해 과일을 충분히 먹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 몸이 초미세먼지의 부작용을 이겨낼 수 있게 하라는 것이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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