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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 언어로 소통의 뉴스 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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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 언어로 소통의 뉴스 전해요"

입력
2013.03.1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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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말 입국한 우즈베키스탄 출신 나르기자(31)씨에게 매주 화요일은 점심을 거르는 날이다. 밥 한끼보다 더 중요한 인터넷 이주민방송(MNTV)의 녹화가 그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낮 12시 나르기자씨는 서울 구로구 오류동 MNTV 스튜디오에서 우즈베키스탄어로 직접 번역한 원고를 찬찬히 살피며 발음 연습 중이었다. 그가 한 녹화는 지난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열린 '이주노동자 주거환경 및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 보고대회' 소식이다. 그는 "벌써 4년째지만 녹화 시작 전에 떨리기는 처음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같은 시간 스튜디오 밖에서는 파키스탄 출신 샤이드 악탈 미르씨가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원고를 한참 들여다보던 샤이드씨가 작가에게 '3·8세계여성의 날'을 가리키며 3·8의 의미에 대해 묻자 작가가 황급히 '3월 8일'로 수정했다. 외국인에게는 낯선 표기라는 걸 작가가 깜빡 한 것이다. 샤이드씨는 스튜디오에 들어선 뒤 NG 없이 5분 만에 담당 PD로부터 오케이 사인을 받아냈다. 4년 차 베테랑다웠다.

이들은 모두 MNTV의 다국어뉴스 방송을 맡은 외국인 아나운서. 이들을 포함해 모두 12개국의 아나운서들이 있다. 중국 일본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미얀마 베트남 스리랑카 태국 등이다. 작가가 한국어로 된 뉴스 원고를 주면 이들 아나운서들이 번역한 뒤 스튜디오에서 녹화까지 한다. 번역료와 출연료는 없다. 모두 무료봉사, 즉 재능기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도 모두 직업을 갖고 있는 터라 점심시간이나 퇴근시간, 혹은 휴일까지 짬을 내 뉴스 녹화를 한다. 뉴스 내용은 주로 한국의 노동관련 정책, 국내의 실생활 정보 등이다. 이 방송이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고될 수 밖에 없지만 자원봉사 외국인 아나운서들이 수년 째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자국 동포들의 '알 권리'를 위해서다. 한국어가 서툴러 근로계약서나 최저임금 등 필수 사항들조차 제대로 알지 못해 피해를 당하고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2005년 5월 개국 이후 매주 한번 올리는 다국어 뉴스 소재는 한 주간 전화로 가장 문의가 많은 소재를 택한다.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가 주관이 돼 MNTV가 개국할 당시에는 한국어와 함께 영어 중국어 3개국어로만 했지만 꾸준히 늘어 2010년부터 한국어를 포함, 13개국어로 뉴스방송을 하고 있다. 그만큼 국내 거주 외국인 근로자들이 다양해졌다는 방증이다.

스리랑카에서 온 프레마랄(43)씨는 "월차나 연차 같은 휴가제도에 대해 아예 모르는 사람들도 많아 이런 아이템을 뉴스로 방송하는 날에는 문의전화가 쇄도한다"고 말했다. 나르기자씨는 "외국인 근로자 10%가 성희롱이나 성폭행 피해를 당한 적이 있고 이들이 거주하는 기숙사도 컨테이너나 비닐하우스가 태반이라는 소식을 전할 때는 내 마음도 아팠다"고 말했다.

다국어 뉴스는 외국인 근로자 커뮤니티에서 입소문을 타며 월 30만 접속 건수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높다. 하지만 인력난에 따른 한계도 드러내고 있다. 각 언어마다 아나운서가 1명 밖에 없어 다양한 뉴스를 제작하지 못한다. 담당 아나운서들이 시간을 낼 수 없는 날에는 녹화가 펑크나 외국인 시청자들이 2주 만에 모국어 뉴스를 접하게 되는 일도 종종 있다. 김현숙 MNTV PD는 "150만 외국인 근로자 모두가 정보에서 소외되지 않을 때까지 더 다양한 나라의 외국인 근로자 아나운서들을 배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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