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 전화만 받았다면 살 수도 있었을텐데…."
최모(15)군이 가해자로 지목한 K(15)군은 13일 등교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의 경산 집에서 흐느끼고 있었다. K군의 휴대폰에는 이달 4일 최군이 오전 9시8분부터 오후 3시59분까지 보낸 문자메시지 하나와 전화 다섯 통이 마지막 흔적으로 남아있었다.
한 달 전 사소한 말다툼으로 틀어진 뒤 앙금이 남은 K군은 최군 전화번호를 스팸으로 등록했고, 다음날 아침 최군의 전화번호와 문자를 확인했을 때도 연락하지 않았다. 문자메시지에는 '너랑 안 논다'는 말과 가운데 손가락이 올려진 그림이 있었다고 했다.
1주일 뒤 최군의 사망소식이 알려진 12일 밤 K군은 여러 생각에 뜬눈으로 지샜다고 했다. 중학교 1학년 가을쯤 우연히 알게 된 후 3년 가까이 최군과 친형제처럼 지냈다는 K군은 "억울하다"고 흐느꼈다.
"(최군이) 학교에서 왕따로 지내면서 많이 맞고 지내는 사실을 (최군) 어머니께 알려드리기도 했다"는 K군은 "그 당시에도 '가해자'의 누명을 썼다"고 말했다. 2학년 때 다른 반인 최군이 학급 반장에게 맞는다는 소릴 듣고 막아주기도 하고, 3학년 때는 최군의 머리를 두들기며 장난치는 친구의 머리를 쥐어박기도 했다고 한다. 자신은 가해자가 아니라 보디가드였다는 게 K군의 주장이다.
경산=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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