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왜 주가 조작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을까. 박 대통령이 새정부 첫 국무회의 석상에서 주가조작 근절을 강조한 데 이어 정부가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키로 함에 따라 박 대통령의 발언 배경과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박 대통령은 그간 경제민주화 차원의 불공정거래 근절에 대해선 여러 차례 얘기했지만 주가 조작을 직접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단 주가 조작에 따르는 부당 이득을 환수해 복지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생각을 했을 수 있다. 11일 국무회의 발언의 맥락이 그랬다. 박 대통령은 "복지 재원 확보를 위해선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탈세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말한 뒤 곧장 '주가 조작 근절'발언을 내놨다. "개인 투자자들을 절망으로 몰아넣고 막대한 부당이익을 챙기는 각종 주가 조작에 대해 상법 위반 사항과 자금의 출처, 투자수익금의 출구, 투자 경위 등을 철저히 밝혀서 제도화하고 투명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하경제 양성화'와 '주가 조작 근절'을 등치시킨 만큼 부당 이익을 환수해 복지 재원에 충당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지난해 개인 투자자의 테마주 손실액이 1조5,500억원에 달한다는 통계 등을 봤을 때 과징금 부과 등이 제대로만 된다면 복지 재원 마련에 숨통을 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엄존한다. 한 관계자는"그림이야 그럴 듯 해 보이지만 주가 조작 이익을 환수해 복지 재원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재원 마련까지 생각한 것은 아니고 경제민주화 강조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 많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전날인 12월 18일 여의도 증권거래소를 찾아 주가 조작 의혹에 따른 개인 투자자들의 손해에 관심을 표시했다. 박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제가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개인 투자자들"이라며 "개미지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개인 투자자들이 손해를 많이 봤다. 매수하는 종목마다 주가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자본시장법 개정 등을 포함해 합리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지도록 힘 쓰겠다"고 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주가 조작 세력에게 큰 손해를 본 개미투자자들의 절절한 민원이 당시 여당 후보였던 박 대통령에게 전달된 것으로 안다"며 "국무회의 발언도 이의 연장선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주가 조작 근절 발언이 오랫동안 벼른 뒤에 나왔다는 얘기다.
물론 일각에선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의 귀국과 맞물려 박 대통령의 주가 조작 언급이 나온 만큼 '안 전 교수를 견제하기 위한 발언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공교롭게도 안철수 관련 테마주는 전날 급등했다가 하루 만에 급락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상상력이 지나치다"고 손사래를 쳤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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