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둘러싸고 새누리당이 '자중지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도부내 갈등 기류가 표출되는가 하면 지도부의 정치력 부재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국회의장 직권상정 검토 주장 등이 혼재하는 등 매우 어수선하다. 국회선진화법 개정 여부를 둘러싼 갈등도 심화하고 있다. 내부가 분열돼 있으니 협상이 제대로 되겠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당장 황우여 대표와 이한구 원내대표간 미묘한 입장차가 노출되고 있다. 야당과의 협상에 있어 황 대표가 '온건파'라면 이 원내대표는 '강경파'다. 황 대표가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큰 틀에서 협상 물꼬를 터보려 했지만 협상 전권을 가진 이 원내대표 측은 황 대표의 움직임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황 대표와 문 비대위원장간 만남은 구체적인 내용이 없기 때문에 상징적인 것일뿐 실질적 협상 진전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원내대표가 국회선진화법 개정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갈등 기류를 보여주는 것이다. 황 대표는 지난해 5월 국회선진화법 통과 당시 원내대표로서 법 통과를 주도했다.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위헌소송 제기 검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어 황 대표로선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지도부의 정치력 부재에 대한 비판이 직설적으로 제기됐다. 정몽준 전 대표는 13일 최고위원ㆍ중진연석회의에서 "당 지도부는 총사퇴한다는 각오로 책임감을 갖고 현재 위기를 조속히 해소해야 한다"며 "야당도 문제지만 이런 정치위기를 초래한데는 새누리당의 책임도 없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전 대표는 "대통령도 정치를 뛰어넘을 수 없고 정치위기를 방치하면 국회가 죽고 정부도 타격을 받는다"며 "정치위기를 방치해 안보위기를 가중시킬지, 책임감을 갖고 정치위기를 해소할 것인지 새누리당이 결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원내지도부를 중심으로 국회선진화법 개정이 거론되는데 대한 반대 목소리도 공개적으로 나왔다. 남경필 의원은 최고위원ㆍ중진연석회의에서 "야당의 행태에 대해서는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지만 절박한 심정으로 만들었던 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킨다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정부조직법 처리 지연을 선진화법의 탓으로 돌리려는 것은 오히려 정치력 실종에 대한 희생양을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남 의원은 선진화법 통과 주도자 중 한 명이다.
한편에선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해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인제 의원은 "안보와 경제 상황이 너무 위중한데 아직 정부가 정상 출범을 못하고 있다"며 "국회법에 전시 또는 국가비상사태의 경우 국회의장이 직권 상정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지금이 국가비상사태인지 국회의장이 판단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광호 의원도 "국회의장단이 빨리 결정해야 한다"고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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