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구연맹(KBL)이 썩은 살을 도려내기 위해 칼을 빼 들었다. 이기주의에 찌든 각 구단들은 모처럼 의견을 모았고, KBL은 의미 있는 몇 가지 제도 개선을 했다. 하지만 새 살을 돋게 하는 데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구연맹(KBL)은 13일 오전 10시30분 강남구 논현동 KBL센터에서 제18기 7차 이사회를 열었다. 사실상 긴급 이사회다. 김기준 모비스 단장이 불참한 가운데 9개 구단 단장들은 모두 참석해 약 2시간에 걸쳐 의견을 나눴다. 주된 안건은 승부조작과 고의패배 방지, 경기력 향상이었다.
우선 승부 조작과 관련해서는 신고할 경우 포상금 1억원을 주기로 했다. 한 총재는 "선수들이 금전적인 유혹을 떨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것이 포상제도"라며 "경중에 상관없이 포상금은 1억원이다. 만약 승부 조작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포상금은 문화부 자진신고 포상금 2억원을 합쳐 3억원이 된다"고 했다. 아울러 KBL은 '클린농구 신고센터(가칭)'를 운영하고 매 경기 분석과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9개 구단 단장들은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았다.
의견이 엇갈린 부분은 역시 신인 드래프트였다. 이사회 결과 하위 8개 팀은 당장 내년 신인 드래프트부터 동일한 확률을 부여 받게 됐다. 그 동안 신인 드래프트는 하위 4팀(7~10위)이 좋은 선수를 뽑을 확률이 월등히 높았다. 이들의 1~4순위 추첨 확률은 23.5%로 상위 그룹(3~6위ㆍ1.5%)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올 시즌 몇몇 구단이 시즌 막판 일부러 패한 것도 바로 하위 그룹에 속하기 위해서였다.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한 KBL은 지난달 6차 이사회에서 하위 그룹의 추첨 확률을 15%로, 상위 그룹의 추첨 확률을 10%로 변경했지만, 새로운 규정을 시행하기도 전에 'N분의 1'의 동일한 확률을 주겠다고 다시 고쳤다.
모 단장은 "한 달도 안 돼 규정을 다시 바꿨다. 새 규정은 단순히 운에 의존하기 때문에 전력이 약한 팀들은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극단적으로 3~4위 팀들이 몇 년 동안 좋은 선수들을 먼저 뽑아 하위 그룹과의 전력차가 더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약한 팀들이 좋은 선수를 보강해 전력을 평준화시킨다는 드래프트 취지와도 맞지 않다. 모 단장은 아예 "이럴 바엔 1위 팀에게 1순위를 주자. 그러면 모든 팀들이 고의 패배 없이 순위를 끌어올리려고 할 것이다"고 발언하기까지 했다. 10월에 열리는 신인 드래프트는 기존 규정대로 하기로 했다.
FA 제도도 유연하게 개선했고 선수의 선택권을 넓혔다. 기존에는 구단과 선수는 샐러리캡(현행 21억원)의 30%를 초과하는 연봉(이하 인센티브 포함)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었다. 이로 인해 구단이 30%에 해당하는 연봉을 제시하면 그 선수는 꼼짝없이 원 소속팀에 남아야 했다. 규정상 FA 영입의향서를 제출한 구단은 원 소속 구단 보다 많은 연봉을 제시해야 하는데, 마찬가지로 30%를 초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개정된 FA규정은 이 조항을 폐지함으로써 구단과 선수의 선택권을 넓혔다.
또 구단이 연봉 서열 상위 30위 이내 선수를 영입할 경우 기존 구단에 보상선수 1명과 영입 선수 전년도 연봉의 50%(기존 100%)를 주면 데려올 수 있도록 규정이 바뀌었다. 상대 구단이 보상 선수를 원하지 않으면 영입 선수 전년도 연봉의 200%(기존 300%)를 주면 된다. 여기에 자유계약선수 대상 선수가 최대 연봉을 제시하는 구단으로 의무적으로 이적해야 한다는 규정을 폐지, 다른 팀들과도 협상할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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