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새벽 세계선수권 쇼트 연기
'피겨 여왕' 김연아(23)와 아사다 마오(23ㆍ일본)가 다시 만났다. 2011년 세계선수권 이후 약 2년 만이다. 동갑내기 라이벌은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에서 열리는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놓고 격돌한다. 15일 새벽(이하 한국시간)에 쇼트프로그램이, 17일 아침엔 프리스케이팅이 시작된다.
이번 대회는 내년 소치 동계올림픽의 전초전으로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연아와 아사다는 사실상 소치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할 것으로 보여 이번 대회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이들은 공식 연습에서도 서로의 시선을 피할 만큼 비장한 각오다.
부담감 vs 부담감
운명이다. 또 숙명이다. 김연아의 이름 석자 뒤에는 늘 아사다가 따라 붙고, 아사다도 마찬가지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한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자가 시상대 꼭대기에 설 수 있다.
김연아는 13일 "이번 대회에서 잘하고 싶고 이기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빙판 복귀를 결정하면서 부담을 덜고 가벼운 마음으로 선수 생활을 하자고 다짐했다"면서 "하지만 내 자신에게 기대하지 않으려고 해도 인간이기 때문에 이기고 싶다"고 했다. 또 "주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까 하는 부담도 있다"면서 "그렇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부담을 덜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여자 싱글 최초로 세계 4대 대회를 석권한 그랜드슬램의 주인공이다. 주변에서는 늘 금메달을 목에 건 피겨 여왕의 모습에 익숙하다. 김연아가 첫 번째로 극복해야 할 것은 이 같은 부담감이다.
아사다도 마찬가지다. 주니어 시절부터 끊임없이 김연아와 라이벌 관계를 형성, 피겨계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늘 김연아에게 뒤졌다. 실질적인 맞대결 성적은 비슷하지만, 2010 밴쿠버올림픽 등 큰 무대에서는 잇달아 고개를 숙여 '2인자'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사실 아사다도 널리 알려진 독종이자 연습 벌레다. 한 빙상 관계자는 "아사다처럼 열심히 연습하는 선수를 못 봤다"며 "그러나 훈련량이 실전에서 드러나지 않는다"고 했다. 역시 부담감이다. 실전에서 큰 실수를 반복하는 트라우마를 떨쳐야만 아사다는 좋은 성적이 가능하다.
점프 vs 점프
메달 색깔을 가르는 건 점프다. 도약부터 착지까지 얼마나 정확하게 점프를 뛰었는지가 중요하다. 김연아는 12일 진행된 공식 연습에서는 단 한 차례도 점프 실수를 하지 않았지만, 13일 연습에서는 몇 차례 어려움을 겪었다.
아사다 역시 연습에서 주무기인 트리플 악셀(정면으로 뛰어 공중 3회전반)을 뛰다가 불안감을 남겼다. 첫 번째 시도에서 착지 도중 미끄러지며 엉덩방아를 찧었고, 이후에도 5차례나 더 트리플 악셀을 뛰었으나 착지가 불안하거나 회전수를 채우지 못했다.
점프가 중요한 건 프로그램 전체 연기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첫 번째 점프가 중요하다. 만약 실패할 경우는 심리적으로 불안해 좋은 연기를 펼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김연아의 대표적인 점프이자 첫 번째 점프는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이다. 기본 점수만 10.10점으로 오른발 토(스케이트 앞쪽 끝)를 찍고 점프해 오른발 아웃에지로 착지한 뒤 곧바로 왼발 토를 찍고 점프해 오른발 아웃에지로 착지한다. 3회전 반을 두 번 연속 뛰는 고난도 점프. 반면 아사다의 트리플악셀은 기본 점수가 8.5점으로 유일하게 앞으로 뛰는 점프다. 남자 선수들도 제대로 구사하기 힘들어 한다. 그러나 만약 완벽하게 성공한다면 3점의 가산점까지 받을 수 있어 김연아의 점프에 대항할 수 있다.
베스트 vs 베스트
이번 대회에 임하는 김연아와 아사다는 모두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연아는 '올림픽 때 보여줬던 수준을 다시 보여줄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을 한 대회에서 모두 클린(실수 없는 연기)한 첫 대회가 밴쿠버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이후로 오히려 경기 때 실수하지 않는 것에 대해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며 "잘 준비를 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현재 김연아는 나란히 200점대를 돌파한 작년 NRW 트로피 대회와 올 1월 종합선수권 보다 한 단계 성숙된 기량을 유지하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아사다도 긴 슬럼프에서 벗어났다. 2010년 10월 그랑프리에서 8위, 지난해 프랑스 세계선수권에서는 6위에 그쳤지만 올 시즌 들어서는 5개 대회 연속 우승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최근 일본에서 열린 4대륙선수권에서는 쇼트프로그램 74.49점과 프리스케이팅 130.96점 등 합계 205.45점으로 올 시즌 최고 성적을 거뒀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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