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차대전의 A급 전범을 단죄한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을 "일본과는 무관한 승자의 판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 파문이 일고 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한국 중국 등 주변국뿐 아니라 전승국인 미국에서조차 비판이 일 가능성이 높다"며 "미일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12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도쿄재판에 대해 "대전의 총괄은 일본인 자신이 아니라 이른바 연합국 측의 승자의 판단에 따라 단죄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6년 1차 내각을 이끌 당시 "A급 전범은 국내법 상으로는 전쟁 범죄인이 아니다"라고 언급한 적이 있지만, 도쿄재판에 대해서는 "이의를 언급할 입장이 아니다"라며 판단을 유보했다. 아베 총리의 이 발언은 도쿄재판 자체를 불신한다는 의미로 비춰질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아베 총리는 또 패전 직후 시데하라 기주로(幣原喜重郎) 내각이 패전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설치한 전쟁조사위원회가 단기간에 폐지된 것을 두고 "연합군 총사령부(GHQ)의 자문기관과 대일이사회가 조사를 못하도록 했다"며 "연합국의 심기를 건드릴 불편한 조사가 논의에 포함될 것을 우려해 사전에 논의를 봉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이런 연구를 실시해 의견을 말할 경우 외교문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며 "역사에 대한 평가는 전문가에 위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취임 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사죄한 고노담화의 재검토를 시사했으나 취임 후에는 외교적 배려를 이유로 정부차원의 검토는 하지 않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2차대전 종전 이듬해인 1946년 1월 설치된 극동군사재판소는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등 25명을 유죄로 인정해 7명에게 사형, 16명에게 종신형, 2명에게는 금고형을 선고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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