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에서 학교폭력을 견디다 못한 고교 신입생이 유서를 남긴 채 목숨을 끊었다. 이 학생은 2년 동안 동급생 5명으로부터 물리적 폭력과 금품갈취, 언어폭력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2011년 대구에서 학교폭력에 시달린 중학생이 목숨을 끊은 뒤 정부가 대대적인 '학교폭력 종합대책'을 내놓았으나,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거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숨진 학생은 유서에서 "학교폭력은 지금처럼 하면 100% 못 잡아낸다… CCTV가 안 달려 있거나 사각지대가 있다"고 호소했다. 오죽했으면 마지막 순간까지 정부의 허술한 대책을 원망했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학교폭력과 외부인의 교내침입 범죄가 늘어나면서 학교 내 CCTV는 크게 늘어나 전체 학교의 97.5%에 설치돼있다. 그러나 상당수는 부적절한 위치에 설치됐거나 화질이 나빠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감사원이 서울 등 1,707개 학교 CCTV를 분석한 결과, 96.8%가 사람신원이나 차량번호를 식별하기 곤란한 50만화소 미만 제품들이었다. 18.6%는 부적절한 장소에 설치됐거나 장애물에 가로막혀 있었다.
CCTV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즉흥적이고 보여주기식 대책에 연연하는 한 학교폭력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이 학생이 다닌 중학교의 경우 작년에 학교폭력대책위원회 심의건수가 단 1건에 불과했다. 이 학생이 2년 동안 학교폭력에 시달렸지만 교사와 학교 측은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더구나 이 학교는 학교폭력 모범케이스로 발탁돼 예방방송 토크쇼에까지 나왔고, 이주호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찾아와 격려하기도 했다.
정부는 그 동안 공권력이나 행정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학교폭력 사실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고, 폭력 학생을 강제 전학시키는 등 가해 학생 처벌에 초점을 맞춘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이런 처벌 중심의 대책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이번 사건은 보여줬다. 교육당국은 일선 현장에서의 학교폭력 실상과 문제의 본질부터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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