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 학교폭력대책 한계 지적한 고교생의 유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 학교폭력대책 한계 지적한 고교생의 유서

입력
2013.03.13 12:03
0 0

경북 경산에서 학교폭력을 견디다 못한 고교 신입생이 유서를 남긴 채 목숨을 끊었다. 이 학생은 2년 동안 동급생 5명으로부터 물리적 폭력과 금품갈취, 언어폭력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2011년 대구에서 학교폭력에 시달린 중학생이 목숨을 끊은 뒤 정부가 대대적인 '학교폭력 종합대책'을 내놓았으나,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거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숨진 학생은 유서에서 "학교폭력은 지금처럼 하면 100% 못 잡아낸다… CCTV가 안 달려 있거나 사각지대가 있다"고 호소했다. 오죽했으면 마지막 순간까지 정부의 허술한 대책을 원망했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학교폭력과 외부인의 교내침입 범죄가 늘어나면서 학교 내 CCTV는 크게 늘어나 전체 학교의 97.5%에 설치돼있다. 그러나 상당수는 부적절한 위치에 설치됐거나 화질이 나빠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감사원이 서울 등 1,707개 학교 CCTV를 분석한 결과, 96.8%가 사람신원이나 차량번호를 식별하기 곤란한 50만화소 미만 제품들이었다. 18.6%는 부적절한 장소에 설치됐거나 장애물에 가로막혀 있었다.

CCTV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즉흥적이고 보여주기식 대책에 연연하는 한 학교폭력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이 학생이 다닌 중학교의 경우 작년에 학교폭력대책위원회 심의건수가 단 1건에 불과했다. 이 학생이 2년 동안 학교폭력에 시달렸지만 교사와 학교 측은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더구나 이 학교는 학교폭력 모범케이스로 발탁돼 예방방송 토크쇼에까지 나왔고, 이주호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찾아와 격려하기도 했다.

정부는 그 동안 공권력이나 행정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학교폭력 사실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고, 폭력 학생을 강제 전학시키는 등 가해 학생 처벌에 초점을 맞춘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이런 처벌 중심의 대책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이번 사건은 보여줬다. 교육당국은 일선 현장에서의 학교폭력 실상과 문제의 본질부터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