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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방관 않는 감시의 눈이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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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방관 않는 감시의 눈이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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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3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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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숨진 경북 경산의 고교생 최모(15)군이 3년째 학교폭력에 시달린 것을 학교에서 전혀 알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CCTV 화소 향상 등 정부의 대책이 또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학교폭력 사실을 알고도 방관하는 다수가 변하지 않는 한 어떤 대책도 무용지물일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구제에서 예방교육으로 학교폭력 대책의 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군이 지난해까지 다녔던 A중학교는 교육과학기술부의 학교폭력예방대책의 일환으로 지난해 전 학생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전교생 888명 중 69.3%인 616명이 참여한 이 조사에서 피해학생은 47명(7.6%)이었다. 학교 관계자는 "피해를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에 최군은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1건을 심의했지만 여기에도 해당되지 않았다.

조영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학생인권국장은 "피해학생들은 피해를 당한 사실이 드러나면 속된 말로 '찐따' 취급을 받을까 두려워 밝히길 꺼린다"며 "공식적인 실태조사는 사실상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학교폭력 대책으로 마련된 실태조사가 진짜 위험군에 속한 피해자를 걸러내지 못하는 것이다.

당장 CCTV 감시를 강화하는 방안도 나왔지만 역시 한계가 있다. 최군은 유서에서 "교실이나 화장실 등 CCTV가 없거나, 있어도 화질이 안 좋은 CCTV가 있는 곳에서 주로 맞았다"며 사각지대의 폭력을 지적했다. 그러자 모철민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은 13일 "학교 현장에 설치된 50만화소의 CCTV를 100만화소 CCTV로 바꿔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학교는 이미 CCTV 19대가 설치돼 있고, 이는 경북지역 중학교의 평균 설치대수인 9대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것이다. CCTV를 늘려서 사각지대를 완전히 없애기도 어렵지만, CCTV보다 먼저 학교폭력을 알아차리는 것은 같은 학교 학생들이다. 최군의 경우도 학교와 교사는 몰랐지만 친구들은 폭력장면을 목격하는 등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제3자가 방관하지 않고 행동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학교폭력 예방에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2011년 초중고 학생 6만4,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 학교폭력 목격자의 61.1%는 '모른 척한다'고 답했다. 교사에게 알리거나 경찰에 신고한 경우는 각각 15.1%, 2%에 불과하다. 이유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학교폭력 사실을 알고도 방관하는 학생들이 폭력을 말리거나 도움을 요청하도록 교육을 하는 게 가장 근본적인 학교폭력 예방대책"이라고 강조했다.

2011년 12월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구 중학생 권모군의 어머니이자 중학교 교사인 임지영(49)씨도 "방관 역시 폭력에 가담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자신의 무관심이 친구를 죽음으로 내몰 수도 있다는 사실을 학생들이 생각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선 학교에서 실시되는 학교폭력 예방교육은 형식적이고 일방적인 강의에 그치고 있다. 최군이 다닌 A중은 2011년 45분씩 6회 교육을 실시했다. 전교생이나 한 학년 전체를 불러놓고 하는 대규모 강연이었다. '흡연예방 및 금연교육' 2회를 학교폭력 예방교육으로 치기도 했다. 핀란드는 학생들이 학교폭력을 방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도록 하기 위해 학교폭력 예방 토론, 비디오 영상 수업, 컴퓨터 게임, 역할극, 소규모 그룹 활동 등으로 진행되는 '키바 코울루'(핀란드어로 '좋은 학교'라는 뜻)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이후 학교폭력 발생은 3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산=전준호기자 jhjun@hk.co.kr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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