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발발 2주년(15일)을 맞는 시리아에서 수많은 어린이들이 전쟁의 참상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국제 아동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12일 터키 바흐체세리흐 대학의 조사를 인용한 보고서에서 "시리아 내전에 동원되는 소년들이 점점 늘고 있다"며 "이들은 병사, 짐꾼, 정보원, 인간 방패막 등으로 부려지고 있다"고 밝혔다. 소녀들은 성폭행을 피하기 위해 부모의 손에 이끌려 일찍 결혼하는 일이 부지기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흐체세리흐 대학은 자신들이 만난 시리아 어린이 4명 중 3명은 내전의 혼란 속에서 가족이나 친구 등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을 겪었다고 전했다. 자신이 직접 폭행이나 총격을 당했다고 답한 아이들도 3분의 1이나 됐다.
어린이들의 상당수는 영양실조, 질병, 전쟁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으나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내전 2년 동안 2,000곳이 넘는 학교가 파괴되면서 배움의 기회를 잃은 아이들은 공원이나 헛간, 동굴 등에 기거하고 있다.
소년 징병은 정부군과 반군을 가리지 않고 이뤄진다. 이중에는 강제 징병도 있지만 일부 소년들은 전장에 나가 싸우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에서 인터뷰에 응한 한 어린이는 "내전의 영향을 받지 않은 아이는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라며 "모든 이들이 죽음을 목격하고 똑같이 고통 받고 있다"고 말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2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유엔아동기금(UNICEF)도 이날 "시리아 내전이 계속되면 한 세대 어린이 전체가 심각한 상처를 입어 이른바 잃어버린 세대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패트릭 매코믹 대변인은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전쟁만을 목격하며 자란 세대는 평생 전쟁이 남긴 흔적에 시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이웃 나라로 피란한 100만명 중 절반은 어린이들이고, 굶주림과 부상 등 극한 상황에 처한 400만명 중 50만명은 5세 이하 유아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세프는 시리아의 아동과 여성을 구조하기 위해 요청한 기금 1억9,500만달러(약 2,100억원) 중 20% 밖에 모금하지 못했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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