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조세ㆍ연금제도는 경기 등락의 진폭을 줄여주는 ‘경기 자동안정화’ 기능이 선진국의 4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실제 경제에 대한 재정 당국의 정책 수단 부족으로 이어져 정부의 대응능력이 그만큼 떨어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13일 조세연구원과 재정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재정 자동안정화 장치 규모는 선진국(주요 7개국 기준ㆍGDP갭률 1%당 0.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0.21%에 불과했다. ‘경기 자동안정화 기능’이란 조세ㆍ연금체계의 누진적 설계를 통해 경기가 과열되면 징수액을 늘려 경기를 진정시키고, 반대로 경기침체 때는 징수액을 줄여 회복에 기여하게 하는 기능을 말한다.
이런 구조적 약점을 보완하려면 재정 당국이 좀더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데도, 호황기에 안정화 정책을 제대로 펴지 않아 과열을 초래한 사례가 빈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가 재정학회에 제출한 ‘우리나라 정책조합과 재정 건전성’ 논문에 따르면 1972년부터 2011년까지 40년간의 재정정책을 분석한 결과, 1997년과 2002년 등 호황 국면이어서 경기안정 정책을 택해야 하는데도 당국은 오히려 재정지출을 늘리고 금리를 낮춰 과열을 방조한 경우가 6번이나 관찰됐다. 우리나라 당국자들이 특히 호황기에 경기 대응에 느슨하게 대응하는 경향이 크다는 것이다.
경기안정화 정책에서 통화 정책의 비중이 유난히 낮은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박형수 조세연구원 연구기획본부장은 “미국, 유럽연합(EU) 등은 통화정책을 경기조절수단으로 적극 활용하지만, 우리나라는 재정정책에 대한 의존도가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다. 재정과 통화정책의 정책공조를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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