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이해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삼성그룹이 올해 이공계 전문분야인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인문학 전공자 중에 뽑는 독특한 채용을 실시한다. 인문학적 감성과 상상력을 기술에 접목시키겠다는 취지인데, 삼성은 앞으로 이 같은 '통섭(統攝ㆍ경계를 넘어선 지식의 대통합)형 ' 인재를 적극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은 13일 수요 사장단회의를 열어 올해 상반기 중 소프트웨어 개발자 200명을 인문계 전공자를 대상으로 채용키로 했다.
18~22일에 지원서를 받아 6월 중 선발 예정인데, 합격자는 7월1일부터 신설하는 '삼성 컨버전스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CSA)'에서 6개월 동안 소프트웨어 개발 교육을 받게 된다. SCSA의 6개월 간 총 교육시간은 960시간으로, 이공계 대학생들이 4년 동안 받는 전공 수업의 1.2배에 해당하는 집중교육방식이다. 이 기간 선발된 사람들은 소프트웨어 개발, 반도체와 인터넷 특화 교육, 실전 프로젝트 훈련 등을 집중적으로 받은 뒤 과정을 모두 수료하면 삼성전자와 삼성SDS에 개발자로 입사하게 된다.
삼성의 이 같은 파격 채용결정에 대해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은 "감성을 중시하는 미래에는 인문적 소양을 갖추고 기술을 이해하는 통섭형 인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의 경우, 단순히 기술과 과학지식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며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하는 만큼 인문학적 소양과 상상력, 감성이 가미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소프트웨어는 기술과 인간을 바탕으로 한 융합학문이어서 앞으로 인문계 출신의 개발자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은 차제에 인문계와 이공계 인력의 사내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대졸자의 절반 이상이 인문계 전공자이지만 삼성의 경우 신입사원의 70~80%가 이공계 출신이어서 오히려 인문계 수요가 크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채용 방식을 바꿔서라도 인문계와 이공계의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며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인문계 전공자들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올해부터 채용의 주안점도 '스펙'보다는 끼와 재능으로 바꾸기로 했다. 삼성 관계자는 "기업이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몰라 업무와 상관없이 각종 자격증을 취득하고 어학연수를 다녀오는 잘못된 취업 관행이 만연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통섭형 인재의 채용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삼성은 올해 대졸 신입사원의 경우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9,000명을 채용할 계획이며, 이중 상반기 채용 수준은 탄력적으로 조정할 예정이다. 전체 채용 인원의 5%는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에서 뽑고, 35%는 지방대생을 선발하기로 했다. 지난해 도입한 고졸 공채는 다음달 실시하며, 재학 중 장학금을 지원하는 마이스터고 선발도 확대할 방침이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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