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먹구름에 가려 있던 태양빛(태양광)이 마침내 어둠에서 벗어날 조짐이다. 국내 업체들이 해외 태양광발전 시장에서 잇따라 수주에 성공하고, 태양광 제품 가격도 상승세를 지속하는 등 부활을 알리는 신호음이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녹색 패러다임의 등장과 함께 폭발적 신장이 예상됐던 태양광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끝모를 추락을 거듭했다. 수요부진에 공급과잉까지 겹치면서 폴리실리콘, 잉곳, 셀, 모듈 등 태양광 관련 제품가격이 일제히 폭락했다. 국내 태양광 업계는 수년간 좀처럼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자 반등의 계기를 해외 발전시장에서 찾았고, 최근 속속 성과를 내고 있다.
효성은 지난 11일 아프리카 동남부 모잠비크에서 1.3㎿ 규모의 태양광발전소 건설 및 송ㆍ배전망 구축 사업을 일괄(턴키) 수주했다. 사업금액은 총 930억원으로 크지 않지만, 국내 업체가 아프리카 태양광발전 시장에 뛰어든 첫 사례였다.
앞서 국내 최대 폴리실리콘 생산업체인 OCI는 지난주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시에 총 400㎿의 전기를 공급하는 1단계 태양광발전소 착공식을 열었다.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향후 20년 동안 25억달러(약 2조7,25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매머드급 수주로 평가된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는 삼성물산-한국전력 컨소시엄이 상반기 중 풍력ㆍ태양광발전 단지(2.5GW) 조성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고, 한화솔라에너지는 1월 미 하와이주에서 5.9㎿ 규모의 태양광발전소 건설을 시작했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 관계자는 "아프리카와 미주 지역은 일조량이 풍부하고 정부의 태양광 육성 의지도 적극적이어서 국내 기업들이 충분히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2011년 원전 사고 이후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막대한 세제 혜택(투자금 30% 세액 공제)을 주고 있는 일본도 국내 업체들이 눈독을 들이는 틈새시장. STX솔라-남동발전 컨소시엄은 쓰나미 피해를 당한 일본 미야기(宮城)현에 45㎿급 태양광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이다.
해외 태양광발전 시장에서의 잇단 개가는 수요증가 덕분이다.
13일 유럽태양광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태양광발전 설치 수요는 전년 보다 20% 이상 증가한 40GW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주목할 것은 2011년까지 글로벌 태양광 수요의 74%를 담당해 왔던 유럽이 퇴조하고 아시아 및 미주 수요가 크게 늘었다는 점. 지난해를 기점으로 유럽과 비유럽의 수요 비중은 역전됐고, 올해도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다솔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특히 중국은 중앙 정부차원에서 올해 전 세계 태양광발전 수요의 25.7%에 해당하는 10GW규모의 발전소를 짓겠다고 공언하는 등 태양광 부활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며 "비유럽의 급속한 성장은 비로소 안정적인 수요 기반이 마련됐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수요 증가는 제품 가격에도 곧바로 반영되고 있다. 태양광의 핵심 연료인 폴리실리콘 국제 가격은 지난해 말 ㎏당 15달러로 바닥을 친 이후 11주 연속 상승, 18달러선까지 올랐다. 물론 태양광 시장이 최고 호황을 맞았던 2008년(250달러) 가격과 비교하면 10분의1 수준에 불과하지만 긍정적인 신호인 것은 분명하다. 실제 OCI의 경우 지난 4분기 50%까지 떨어졌던 전북 군산의 폴리실리콘 공장 가동률이 거의 100%를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 증가와 지난 1년여간 진행된 업계 구조조정에 힘입어 재고물량이 많이 소진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달 말 예정된 국내산 폴리실리콘에 대한 중국 정부의 반덤핑관세 부과 여부 등 변수가 많아 본격적인 업황 개선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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