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자의 눈] 김재우 방문진 이사장의 '사퇴 궤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자의 눈] 김재우 방문진 이사장의 '사퇴 궤변'

입력
2013.03.13 11:52
0 0

"공영방송은 공정성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공정성은 이념적으로 치우친 곳에서 판단할 일이 아니다." 13일 사표를 제출한 방송문화진흥회 김재우 이사장의 입에서 나온 사퇴의 변이다. 마치 방송의 공정성을 지켜내던 투사가 피를 토하며 뱉은 말처럼 들린다. 논문표절 및 박사학위 취소에 따른 입장을 듣기 위해 방문진 사무실에 모인 10여명의 기자들은 잠시 혼란에 빠졌다.

궤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사무실에서 나와 엘리베이터에 탄 김 이사장은 "8기 이사회에서도 이사장을 했는데 박사 학위 여부는 문제된 적이 없다. 내가 박사 학위가 있어서 이사장 됐는가"라고 말했다. 단국대에서 표절 결정이 나면, 또 학위가 취소되면 책임을 지겠다고 했던 말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논문 표절 논란이 나온 것 자체가 정치공세"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의 속내인 즉, '직무에 충실했을 뿐인데 야당에서 나를 밀어내려고 흠집내기에 나선 것'이었던 셈이다.

그가 과연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위해 직무에 충실했을까. 야당에서는 김 이사장을 "김재철 MBC 사장을 비호하는 경호실장"이라고 평가해왔다. 낙하산 사장 퇴임을 주장하며 170일간 이어졌던 MBC 노조의 파업 때나 무용가 J씨와의 부적절한 관계, 공금유용, 부동산 투기 등 김 사장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을 때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는 김 사장이 지난해 방문진에 알리지 않고 정수장학회와 MBC 지분 매각을 통한 민영화 논의를 진행해 사퇴 압박을 받았을 때도 "경영진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얘기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보호막을 쳤다. 오죽하면 김 사장은 김 이사장이 사회를 보지 않으면 방문진 이사회에 출석하지 않겠다고까지 했을까.

이토록 부적절한 처신을 해온 그가 사퇴하자 나머지 방문진 이사들은 여야 성향을 막론하고 당연하다는 분위기였다는 전언이다. 이제 문제는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는 일이다. 방문진은 현재 MBC가 처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모든 걸 원점에서 검토해봐야 한다. 이를 위해 파업으로 촉발된 MBC 구성원 내의 갈등을 조정하고, 프로그램의 공정성을 확립할 수 있는 신임 이사장을 조속히 뽑아야 한다. 방송장악 의도가 추호도 없다고 선언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역할도 기대해본다.

허정헌 문화부 기자 xscop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