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드림을 이뤄 너무 행복합니다. 남편도 아이들도 좋아해요."
평일 오후인 11일 오후3시 경북 상주시 무양동 '행복찻집'. 시 외곽에 자리잡은 이 찻집 창가에 앉은 중년의 아줌마들의 "아메리카노 두잔 주세요"라는 주문에 "네, 알겠습니다"라는 종업원의 대답이 쾌활하다. 이국적인 얼굴의 종업원들은 미소로 커피를 내놓으며 "맛있게 드세요"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 이날 찻집에는 40개 좌석이 대부분이 손님으로 가득 차있을 정도로 성황이었다.
'행복찻집'은 결혼이민여성들이 행복을 팔며 자신들의 꿈을 실현하는 공간이다. 상주시 다문화센터(센터장 박희주)가 2년 전인 2011년 3월 경북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결혼이민여성의 취업을 지원키 위해 상주교회가 땅과 건물을 기증했고, 상주시가 집기를 지원했다.
멀리 타국에서 시집온 여성들이 한국에서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가게 이름도 행복찻집으로 정했다. 이 염원은 현실로 이어졌다. 문을 연 지 2년 만에 시민들의 휴식처로 자리매김했고, 직원인 6명의 이민여성들도 업무 만족도가 최상급이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도 일할 때는 잊고 지낼 정도다.
이들 여성들이 공장 등 기업체에 취업했을 때는 우리말로 일상적인 대화가 어렵고 새로운 문화도 받아들이지 못해 직장을 그만두기 일쑤였다. 하지만 행복찻집에서는 주문과 계산 이외에 손님과 크게 대화를 나눌 일이 없고, 서빙은 단순한 일이기 때문에 일터로는 그저 그만이다.
하지만 이들 여성들이 가만히 기다리고 있다 찻집에서 일하는 것은 아니다. 대구에 있는 커피아카데미에서 교육까지 받은 것이다. 게다가 행복찻집은 국내 유명 브랜드의 커피전문점에 비해 인테리어 수준도 떨어지지 않는다. 커피와 차, 과일스무디, 쿠키도 판다.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는 2,500원, 보이차 3,000원, 망고주스 2,000원 등 가격도 일반 커피점의 절반 수준이다. 3,000원짜리 '베트남커피'는 이곳의 특별 메뉴다. 결혼이민여성 대부분이 동남아 출신이어서 이 커피를 선호하기도 하고, 베트남 여행을 다녀온 여행객들도 자주 찾는다.
행복찻집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정상영업을 하기 때문에 밤늦게는 운영에 다소 어려움이 있다. 이주여성들이 가정이 있어 자녀를 위해 저녁시간에 근무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6명이 교대로 근무를 해가며 탄력적으로 시간을 배분하며 운영의 묘를 살리고 있다.
급여는 만족스러운 편이다. 근무 시간에 따라 월 80만원에서 100만원을 받고 있다. 찻집수입도 이들 급여를 줄 만큼만 벌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8년 전 시집온 속나른(28)씨는 "일을 하면서 한국문화를 이해하고 가정경제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며 "생활에 자신감도 생기고 남편과 아이가 좋아해 한국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남기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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