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공공기관장의 인선 기준으로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제시하면서 금융권 4대 천왕을 비롯한 MB맨(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들의 거취가 주목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 산하 13개 금융공기업과 5개 금융지주사, 6개 협회 등 총 26개 기관 중 19개는 MB와 친분이 있거나 MB정부 출신 경제ㆍ금융관료 등이 수장을 맡고 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아직 임기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상태다.
따라서 새 정부가 박 대통령이 밝힌 기관장 인선 원칙을 적용한다면 조만간 금융권에 '인사태풍'이 몰아칠 수 있다. 실제 박 대통령의 발언 이후 "금융공기업의 수장들은 임기만료 여부와 관계없이 신임을 물어야 하는 것 아니냐", "정치권이나 관료조직의 영향력에 힘입어 투입된 낙하산 인사는 거취를 정해야 한다"는 등의 말이 나오고 있다.
금융지주사에 포진한 MB맨들의 입지도 좁아질 전망이다. 최근 임기를 2년 남겨두고 미소금융재단 이사장 직에서 물러난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과 강만수 KDB산은금융 회장 겸 산업은행장, 어윤대 KB금융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등 이른바 '4대 천왕'이 대표적이다. 어 회장의 임기는 7월 만료되고 강 회장과 이 회장은 각각 1년씩 남아 있다.
이들은 임기를 마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금융지주 회장 자리는 청와대 입김을 벗어나기 어렵다"라는 통설을 무시하진 못할 거라는 관측이 많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도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임기와 무관하게 금융회사 수장 상당수가 바뀐 전례가 많다"고 말했다.
정부 산하 금융공기업의 수장들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우주하 코스콤 사장, 이희수 한국기업데이터 대표이사, 장영철 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 윤영대 조폐공사 사장 등은 기획재정부(옛 재무부 등 포함) 출신으로 MB정부에서 현직에 올랐다.
금융권에선 이들이 박 대통령의 인사 기준에 부합되는지 새 정부가 검증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 출신인 김주현 예금보험공사 사장과 김용환 수출입은행장은 금융감독원장 발탁 가능성이 거론돼 임기를 채우지 못할 수도 있다. MB정권 말기에 청와대와 정치권 등에서 투입된 금융회사 감사들도 교체대상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새 정부에서도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사들이 대거 유입될 경우 또 다른 낙하산 논란도 예상된다. 윤석헌 숭실대 교수는 "기존 임기를 보장해 주되 경영성과 등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만 교체한다는 원칙이 뚜렷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낙하산 인사를 또 다른 낙하산으로 대체하는 것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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