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주가조작 엄단 발언에도 불구, 11~12일 증시에서는 '안철수 테마주'가 들썩였다. 안 전 서울대 교수의 귀국에 맞춰 전날 상한가를 쳤던 케이씨피드는 12일 하한가로 고꾸라졌다. 대선은 끝났지만 시장에 넘치는 유동성을 바탕으로 여전히 작전세력이 준동하고 있는 셈이다.
대통령의 경고도 아랑곳 않는 주가조작 행위가 횡행하자 정부는 주가조작에 과징금을 매겨 부당이득을 환수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길게는 수년 넘게 걸리는 주가조작 처벌 기간을 줄이고 환수액으로 부족한 복지재원도 마련한다는 취지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12일 "대통령 지시가 있었던 만큼 과징금 부과를 포함해 주가조작을 근절할 신속하고 실효성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융위는 주가조작 과징금 부과를 위해 2010년부터 법무부와 협의를 벌였지만 부처간 이견으로 2011년 11월 자본시장법 개정안에서 과징금 제도는 빠졌다. 법무부 관계자도 이날 "금융위에서 요청이 오면 과징금 논의를 시작하겠다"며 "내부적으론 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혀 입장 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과징금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금융위와 "제재 남용 가능성과 형사처벌 대신 과징금으로 자칫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법무부의 의견 차가 여전해 아직 합의까지는 거쳐야 할 난관이 많은 상태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제 논의 시작 단계라 아직 구체적인 환수 규모 등은 말할 게 없다"고 경계했다. 그간 금융위는 현행 형사처벌 제도가 첫 적발에서 최종 판결까지 보통 2~3년이 걸리는데다 제재도 집행유예나 사회봉사명령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해 왔다.
시장에선 여전히 주가조작이 횡행하고 있다. 실적과 무관하게 움직이는 테마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개인 투자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준다. 지난해 금융당국 조사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의 테마주 손실액은 1조5,500억원(2011년 6월~2012년 5월 35개 테마주 투자)에 달했다.
테마주 조작에는 주로 '상한가 굳히기' 수법이 애용된다. 주가 조종자가 소규모 종목에 대량 매수주문을 넣어 상한가를 치게 한 다음, 큰 호재가 있는 것처럼 일반투자자들을 유인해 부당이득을 챙기는 방식이다. 이런 시세조종은 음성적으로도 추진되지만, 증권방송이나 공시 등을 통해 공공연히 이뤄지기도 한다. 금융당국은 테마주를 통한 주가조작은 빙산의 일각일 뿐 증권방송, 유명인 등을 활용한 각종 주가조작 행태가 시장에 만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주가조작 근절은 공정사회 구현과 별도로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세원 확보 목적도 있다. 주가조작에 동원된 자금 자체가 탈세 등 문제 있는 돈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편법 주식 증여를 통해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경영권을 승계하는 재계의 행태도 국내 증시에 만연한 주가조작의 영향일 수 있다.
검찰도 최근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다. 올해 초 증권방송 전문가 전모씨 등을 구속 기소한 데 이어 7일에도 D증권 간부급 직원 3명을 조사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간 주가조작 사범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했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앞으로는 검찰 등 유관기관과 협조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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