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중앙은행 총재가 중국의 아프리카에 대한 신식민주의 행태를 유례없이 강경한 어조로 비난했다.
라미도 사누시 총재는 12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를 통해 "중국은 아프리카의 자원을 가져가고 자국에서 생산한 공산품을 판다"며 "이는 식민주의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사누시 총재는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은 예전 서구처럼 아프리카를 착취하면서 이곳을 저성장 상태에 머물게 하는 주요 원인 제공자가 됐다"며 "아프리카는 중국과 거래함으로써 스스로 새로운 형태의 식민주의의 길을 열어 놨다"고 비판했다.
사누시 총재의 발언은 중국이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온 지난 10여 년간 양측의 무역은 활발해진 데 반해 아프리카 내 산업기반은 오히려 약화했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것이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과 아프리카의 무역량은 2000년보다 20배 늘어난 2,000억달러(약 219조2,0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아프리카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12.8%에서 10.5%로 줄었다.
이는 중국이 자국의 수출에 유리한 보조금ㆍ환율 정책을 펴는 등 '포식성 무역'를 했기 때문이라고 사누시 총재는 지적했다. 그는 또 "중국은 아프리카에 광산과 인프라를 건설할 때도 자국 설비와 노동력을 동원하고 현지에는 기술을 이전해주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중국의 아프리카 공략에 대해 서구는 꾸준히 우려를 제기해 왔다. 하지만 당사국인 아프리카의 고위급 인사가 이를 직접 비판하는 것은 드문 것이어서 사누시 총재의 발언은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FT는 "(그의 지적이) 정곡을 찔렀다"며 "아프리카 국가들의 대응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누시 총재의 발언은 26일 남아공에서 열리는 신흥경제대국 브릭스(BRICs) 정상회의를 앞두고 나왔다. 17일 중국 국가주석에 취임하는 시진핑(習近平) 공산당 총서기는 정상회의 개막에 맞춰 국가주석 자격으로 처음 남아공을 방문한다.
사누시 총재는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중국에 대한 낭만적 시각을 버리고, 중국은 내수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관계임을 직시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1970년대 초반 중국 베이징 주재 나이지리아 대사였던 자신의 아버지를 예로 들며 "당시 많은 아프리카 관료가 중국의 반식민주의에 매료됐지만 중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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