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을 겪고 있는 변호사와 법무사에게 접근한 뒤 자신을 '잘 나가는 사무장(변호사를 도와 사건을 유치해오는 직업)'으로 속여 판공비 수천만원을 가로챈 법조 브로커 김모(55)씨에게 항소심에서도 실형이 선고됐다. 하지만 김씨는 도피행각을 벌이면서도 상소까지 꼬박꼬박 해 검찰과 법원을 애먹이고 있다.
김씨는 2007년 1월 서울 서초동 한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 "전에 근무하던 변호사 사무실에서 6개월 간 사건 수임 실적이 5억원에 달했다. 판공비를 주면 열심히 사건을 유치해오겠다"며 1,000만원을 가로챘다. 김씨는 같은 해 7월 이번에는 한 법무사를 찾아가 동업을 제안한 뒤"임대아파트 등기 신청 사건을 수임하는데 비용이 필요하다"며 총 5,350만원을 챙겨 달아났다.
조사결과 김씨는 2001년 법조 브로커들이 애용하는 서초동의 한 다방 주인으로부터 1,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몇 년째 지명 수배된 상태여서 변호사회에 사무장으로 등록하는 것이 불가능했고 과거 수임 실적도 1억원에 못 미치는 등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도 김씨는 자택이 경매에 넘겨진 의뢰인에게 "경매 기일을 내년까지 미뤄 주겠다"며 1,800만원을 가로챈 전력도 있다.
결국 피해자들의 고소로 재판 2건을 동시에 받게 된 김씨는 2011년 4월 13일 한 차례 법정에 출석한 뒤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3월 궐석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김씨는 징역 8월 및 벌금 1,000만원이 선고됐다.
하지만 김씨는 실형 선고 후 지명 수배가 된 상태에서 변호사도 없이 1심 판결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내용의 항소장을 법원에 냈다. 그러나 김씨는 이번에도 법정에 한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 강을환)는 "사무실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변호사, 법무사 등에게 접근해 사건 해결이나 유치 등을 빌미로 거액을 가로채 죄질이 불량하고 반성의 기미도 없다"며 김씨에게 1심과 같이 징역 8월 및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수사망을 피해 여전히 잠적 중인 김씨는 지난 11일 법원에 또 다시 상고장을 제출, 법원을 놀라게 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