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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대통령의 고집과 후보자의 돌출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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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대통령의 고집과 후보자의 돌출행동

입력
2013.03.1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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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뒤 국방부 청사 브리핑 룸에서 김병관 장관 후보자가 대국민 입장 표명을 합니다."

12일 오후 2시15분쯤 국방부 당국자의 느닷없는 통보에 기자실은 술렁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오전 김 후보자에게 임명장을 줄 거라는 예상이 빗나간 뒤라 기자들은 그가 물러난다는 발표를 하는 줄 알았다. 지난달 13일 새 정부의 첫 국방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부터 온갖 의혹들과 사투를 벌이면서 줄기찬 사퇴 압박을 받아온 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해였다. 그는 국민을 상대로 "모든 개인적 사심을 버리고 나라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실 것을 간곡히 청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오로지 국민과 국방만을 생각하면서 저의 마지막 충정과 혼을 조국에 바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기회를 주시기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후보자의 우국충정은 진심이라고 믿고 싶다. 그는 최근 기자를 만나 "최소 10년 이상 걸릴 국방 역량 강화 작업의 초석을 군사 전문가로서 손수 놓아야 한다는 신념 때문에 기어이 장관을 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4성 장군을 지내고 무기중개업체 고문으로 간 이유에 대해선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뒷말이 나올 줄 알았지만 전시(戰時) 급히 조달해야 할 군수품의 국산화를 도와야 한다는 애국심 때문"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처럼 지나친 신념이야말로 장관 후보자로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5분여 간 딱 하고 싶은 말만 한 뒤 질문도 받지 않고 퇴장한 그는 언론이 자신의 이야기를 앵무새처럼 전달하기만 하면 국민의 이해를 구할 줄 알았던 모양이다. 기회를 얻고 싶었다면 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의혹을 제대로 해명하고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했다. 그가 청문회에 준비해 온 것은 소명자료가 아니라 "청렴하게 살아왔다"는 말뿐이었다.

근본적인 문제는 지명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준 청와대일 것이다.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국회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은 무산됐지만 박 대통령은 김 후보자 임명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국회와 여론이 아무리 반대해도 '내 뜻대로 한다'는 대통령의 고집과 장관 후보자의 오기가 맞아떨어진 셈인가. 국방 책임자의 오도된 신념이 자칫 국민을 위기에 빠뜨리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

권경성 사회부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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