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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사랑에 빠진 '매력적 좀비' 기발한 소재·유머로 흡인력 '트와일라잇' 잔상 느껴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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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사랑에 빠진 '매력적 좀비' 기발한 소재·유머로 흡인력 '트와일라잇' 잔상 느껴지기도

입력
2013.03.12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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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도 이렇게 매력적이라면 사랑에 빠져볼 만도 하다. '웜바디스'는 좀비와 인간의 사랑을 다룬 하이틴 로맨스 같은 영화다. 이제껏 좀비 영화속 좀비는 죄다 공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웜바디스'의 좀비는 생각을 하고 유머러스하며 음악도 감상하는 로맨틱한 캐릭터다.

자신이 누구였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좀비 R이 있다. 폐허가 된 공항에서 다른 좀비들과 어울려 보내던 R은 허기를 달래려 인간 사냥을 나갔다가 아름다운 소녀 줄리를 만난다. 그녀를 본 순간 차갑게 식어있던 R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한다. R은 줄리를 해치려는 좀비들로부터 그녀를 지켜내려 하고, 줄리는 또 좀비를 죽이려는 인간들로부터 R을 보호하려 한다. 이 둘의 사랑은 좀비와 보니에 둘러싸인 절망적인 세상에 새생명을 주는 변화를 이끌게 된다.

R과 줄리의 로맨스를 더욱 긴장케 하는 건 주위를 감싼 좀비와 보니, 인간의 갈등 구조다. 막판 이들이 뒤엉킨 대규모 전투장면은 좀비 영화에서 늘 보아왔던 긴박하고 스케일 넘치는 액션을 선사한다.

좀비와 인간의 사랑이란 이종교배의 면역거부 같은 어색함을 잊게 하는 건 R역을 맡은 니콜라스 홀트의 매력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잘생기고 훤칠하며 로맨틱한 R은 많은 여성관객들을 "좀비도 저 정도면"하며 머릿속 사랑에 빠지게 한다. R은 여객기 하나를 자기 집 삼아, LP를 수집해 음악감상을 즐긴다. 줄리의 왜 거추장스럽게 LP를 듣느냐는 질문에 R은 말한다. "더 살아있는 것 같아서."

좀비의 사랑이란 새로운 소재라 그 좀비들의 일상이 주는 소소한 재미가 쏠쏠하다. 절친인 좀비끼리 '으르르' 괴성으로 나누는 정담, 공항 검색대를 지키는 좀비의 의아해하는 표정, 인간을 공격하는 긴박한 순간 그 인간의 팔에 채워진 시계를 보며 "멋진데?"하는 감탄 등 예상치 못한 기발한 유머가 곳곳에 포진해 있다. R이 줄리의 남자친구 뇌를 먹어 그 기억을 전수받는다는 콘셉트가 재미있고, '로미오와 줄리엣'을 패러디한 발코니 사랑고백 신도 미소를 띠게 한다.

신선한 소재와 신선한 유머로 몰입도는 뛰어나지만 보는 내내 인간과 뱀파이어의 사랑을 그린 '트와일라잇'의 아류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줄리 역의 테레사 팔머는 '트와일라잇'의 벨마를 맡았던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거의 쌍둥이처럼 비슷하게 생긴 배우다. 클로즈업으로 공포에 떤 줄리를 잡을 때, 화면 속 그녀는 영락없는 '트와일라잇'의 벨라 이미지다. 일부러 '트와일라잇'의 잔영을 깔아놓은 게 아닐까 싶다.

이 영화는 '트와일라잇' 보다 유쾌하고 낙관적이고 가볍다. 하지만 '트와일라잇' 같은 사랑의 절절함이나 삶의 고뇌가 부족해서인지 R과 줄리의 사랑에 대한 공감대가 약하고, 사랑이 세상을 변하게 한다는 설정이 쉽게 와 닿지 않는다. 화이트데이에 맞춰 14일 개봉한다. 15세 이상.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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