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시네마'가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로컬시네마란 서울 이외 지역 영화인들이 현지에서 제작한 영화를 가리킨다. 지난 1월 열린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 제주 영화인들이 제주 지역에서 만든 '지슬 - 끝나지 않은 세월 2'가 월드시네마 극영화 부문 최고상인 심사위원 대상을 받으면서 로컬시네마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제주 4ㆍ3사건의 비극을 그린 '지슬'은 '뽕똘' '어이그, 저 귓것'에 이은 오멸 감독의 세 번째 '제주' 영화다. 제주에서 1일 먼저 개봉해 11일까지 8,000여명의 관객을 모았다. 제주 지역 상영만으로도 독립영화의 흥행 기준이라는 1만명을 곧 넘어설 기세다. 21일부터 전국에 개봉하는 이 영화는 로컬시네마의 첫 흥행작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로컬시네마가 가장 활성화된 곳은 부산이다. 이미 1980년대부터 대학가를 중심으로 습작 영화들이 제작됐고 90년대부턴 염정석 유상곤 등 독립영화 감독들이 제작한 단편영화가 영화제에서 주목 받으며 지역 영화 제작의 기틀이 마련됐다. 장편영화 제작이 활발하게 시작된 것은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로 해외 영화제의 주목을 받은 전수일 감독이 2003년 부산에 동녘필름이라는 영화제작사를 설립하고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제작하면서부터다. 전 감독은 이후 '검은 땅의 소녀와'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 등을 제작해 유수의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했다.
현재 부산에는 20여개의 제작사가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개봉하는 '미스진은 예쁘다'도 부산 지역 영화인들이 만든 영화다. 부산영상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20편 내외의 영화가 부산 영화인들에 의해 제작됐다. 부산영상위원회는 편당 최대 1억원을 지원하는 부산지역장편극영화 제작지원 사업을 통해 지난 한 해 총 3편의 제작을 도왔다.
부산을 제외하면 대부분 지역의 로컬시네마는 1, 2개의 제작사에 의해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마저도 전주와 제주 외엔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전주 출신인 함경록 감독의 '숨' 등 총 3편을 전주에서 제작한 건시네마의 김건 대표는 "가장 중요한 건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의지와 열망"이라고 강조했다.
전주영상위원회는 2008년부터 전북지역 영화제작 인큐베이션 사업을 통해 장편 5편, 중ㆍ단편 37편의 제작을 지원했다. 전주영상위원회의 김영현씨는 "영화는 인력 중심의 산업이기 때문에 지역 영화산업의 기반을 단단히 다지기 위해서는 이처럼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제작지원 프로그램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전국에는 12개의 영상위원회가 있지만 지역마다 지원 규모와 범위가 다르다. '지슬' 제작사인 자파리필름은 2억여원의 제작비 중 2,500만원을 지원 받았지만 그마저도 촬영 단계에선 절반밖에 받지 못해 제작비 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부산 지역 영화인들도 부산 영화인들의 성장을 위해선 부산영상위원회의 지원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역 영화인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문제는 로컬시네마에 대한 편견과 배급의 어려움이다. 오멸 감독은 "영화를 만들며 가장 힘들었던 건 제주 영화에 대한 제주 사람들의 편견이었다"면서 "영화를 완성하고 나서도 대중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점이 지역 영화인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고 말했다. 자파리필름의 고혁진 프로듀서도 "제주처럼 예술영화 전용관이 아예 없는 곳도 적지 않다"면서 "장기적으로 독립영화나 저예산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전용관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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