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한미연합 키리졸브 훈련 이틀째인 어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11일 서해 최전방 군 부대 시찰 장면을 공개했다. 대남기구 조평통 성명을 통해서는"침략의 아성과 본거지를 무자비한 불벼락으로 벌초해버릴 것"이라며 한미 훈련을 겨냥해 강도 높은 협박을 이어갔다. 김정은이 7일에 이어 키리졸브 훈련 개시 당일 서해 최전방 도서의 부대들을 방문해 전투태세를 점검한 것은 일촉즉발의 긴장을 조성해 남측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 군이 그런 협박과 위협에 약세를 보일 상황은 전혀 아니다. 북 도발 시 몇 배의 보복공격을 가한다는 방침은 군 안팎에서 당연시 되고 있다. "도발 원점과 도발 지원 세력은 물론 그 지휘 세력까지 강력하고 단호하게 응징할 것"이라는 합동참모본부 성명도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제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북 도발에 대한 강력 대응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확전을 우려해 대응을 자제해야 한다는 기류는 이젠 청와대와 군 안팎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연평도 포격과 같은 도발을 해 온다면 무슨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 물론 키리졸브 훈련을 위해 미군과 장비가 증파된 상황에서 북이 함부로 도발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어제 조평통 성명 내용대로 "최소한의 전쟁억제 장치였던 정전협정과 불가침 합의들은 전면 폐기됐으며 전쟁을 막을 제동장치가 완전히 풀린"상태다. 고의든 우발이든 작은 충돌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취임식에서 "아무리 상황이 엄중해도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데 필요한 대화가 있어야 한다"고 한 것은 귀 기울일 만하다. 류 장관은 남북기본합의서, 6ㆍ15공동선언, 10ㆍ4선언 등 남북간 약속들의 이행과 대북 인도적 지원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핵 불바다 위협 속에 웬 유화 제스처냐는 비판도 있지만 전쟁보다는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이 바른 길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북의 위협에 결코 굴하지 않으면서 대화와 신뢰구축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야말로 지금 박근혜 정부의 가장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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