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길동에 사는 강모씨는 최근 유니클로에서 패딩점퍼를 구입했다. 하지만 이내 팔 부분이 찢어져 구매 매장으로 수선을 문의했다가 “수선서비스는 하지 않고 있다”는 말만 들었다. 강씨는 “매장도 많은 업체가 고객 서비스에는 무심한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유니클로, 자라, H&M 등 패션가를 휩쓸고 있는 외국계 SPA(수입 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들이 물건을 파는 데만 급급할 뿐 정작 사후서비스(AS)에는 신경을 쓰고 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가 유니클로, 갭, 자라, H&M, 망고 등 5개 수입 SPA 브랜드를 상대로 공식 AS센터 운영 여부를 조사한 결과 단 한 곳도 이를 운영하는 데가 없었다. 이들 브랜드는 제품 구매 시 바지 길이 수선만 해줄 뿐 다른 수선은 불가능했다. 옷을 입다가 실수로 찢어지거나 단추 등 소모품을 잃어버리면 주변 수선집을 찾아 유상으로 수선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 국내 패션시장은 수입 SPA 천하다. 2011년 시장규모만 1조9,000억원을 넘었고 업체별 지난해 매출만 봐도 유니클로(회계연도 8월기준 5,050억원), 자라(2011년 631억원), H&M(899억원) 등 연간 50%씩 성장하고 있지만 AS는 외면하고 있다.
한국일보가 본인 부주의로 인한 수선 문제와 관련, 각 매장에 직접 문의해 보니 유니클로, 자라, H&M, 망고는 ▦백화점 입점 매장의 경우 백화점 내 유료 수선매장을, ▦가두점의 경우 주변 수선센터를 안내해 줬다. 하지만 사설 수선업체의 AS수선 가능 여부조차 안내해 주지 않는 매장도 있었다.
이와 관련, SPA 브랜드들은 국외에서 생산돼 국내에 수입되는 의류의 경우 소모품 보유 의무가 없는데다, 수익구조상 AS 센터를 운영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AS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높아 최근 매장에서 수선접수를 받아 사설 수선업체에 맡기는 대행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SPA브랜드 관계자는 “좋은 품질을 합리적 가격으로 제공하면서도 회사의 이익을 내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전 세계 공통으로 수선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운영하는 갭은 AS 접수를 받고 사설 수선업체에 맡겨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역시 공식 AS센터는 없는 상태다.
SPA브랜드는 비싼 옷값의 거품을 빼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았지만, 가볍게 한 계절만 입고 버리는 일회용 패션 성격상 환경오염을 야기한다는 비난도 받아왔다. 컨슈머리서치 관계자는 "SPA 상표 제품을 산 뒤 수선을 위해 매장을 찾았다가 공식 운영되는 AS센터가 없다는 답변에 발걸음을 돌린 소비자가 많다"면서 "이들 소비자는 '브랜드'에 속았다며 불만을 토로한다"고 전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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