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취임 이후 말을 아꼈던 헌법 9조 개정 필요성을 언급했다가 집권 자민당 내부에서조차 반발에 부딪히는 등 곤욕을 치르고 있다.
12일 일본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9일 BS아사히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유엔군 참여 등 집단안보에 참여할 가능성에 대비해 (교전권을 금지한) 헌법 9조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추진중인 아베노믹스가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국민적 지지가 높아지자 7월 참의원 선거전까지 언급을 피하겠다던 약속을 어긴 것이다.
아베 총리는 11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헌법 9조 개정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고, 자민당의 헌법 개정안 초안에 대한 설명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하면서도 "처음부터 책임을 배제하려는 생각을 하면 안된다"고 해 유엔군 파견을 전제로 한 소신임을 재확인했다.
자민당과 연립정당을 꾸리고 있는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는 "집단안전보장 참가는 폭넓은 논의가 필요한 문제"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가이에다 반리(海江田万里) 민주당 대표는 "지금까지 축적된 논의와 전혀 다르다"며 불쾌해했다.
헌법 9조 수정에 찬성해온 극우정치인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유신회 공동대표만이 "헌법 9조가 현 상태로는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인 국제정세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아베 총리를 거들었다.
아베 총리의 발언에 자민당은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헌법 9조 수정을 운운했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민당 간사장을 지낸 중진 의원은 "아베 총리가 (인기에) 기분이 들뜬 것 같다"며 "7월 참의원 선거까지 겸허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11일 아베 총리의 발언에 해명을 요구하는 기자들에게 "당 차원에서 개헌을 논의중인 것은 헌법 96조뿐이다. 헌법 9조에 대한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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