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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마오타이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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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마오타이酒

입력
2013.03.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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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년 말 대장정(大長征)에 올라 고난의 행군을 강행한 마오쩌둥(毛澤東)과 중국 공산당 홍군(紅軍)은 고량주(高粱酒), 또는 백주(白酒) 덕을 많이 봤다고 한다. 대개 수수(高粱)로 빚는 맑은 증류주 백주는 알코올 도수 60도 안팎으로 추위를 이기는 데는 물론 부상 치료에도 쓰였다. 국민당 군에 쫓기는 불안감을 누르고 사기를 북돋우는데도 요긴했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뒤 백주가 '국민 술'로 더욱 사랑 받은 것은 그래서 자연스럽다.

■ 백주 가운데도 으뜸은 구이저우(貴州)성 마오타이(茅臺)에서 만드는 술이다. 독특한 풍토와 기후가 전래 비법과 어우러져 최고의 명품 술을 빚어낸다. 특히 1년간 발효와 증류를 되풀이한 뒤 5년 넘게 숙성시킨 술만 내놓아 맛과 향이 특별하다. 마오타이는 이미 1915년 샌프란시스코 만국박람회에서 스카치 위스키와 프렌치 코냑을 제치고 최고의 술로 뽑혔다. 1972년에는 닉슨 대통령의 역사적 중국 방문 때 공식 만찬에 건배주로 나와 한층 유명해졌다.

■ 당시 닉슨은 주변의 만류에도 연거푸 술잔을 기울였다. 키신저 국무장관은 "마오타이를 많이 마시면 어떤 문제든 풀 수 있다"고 조크를 던졌다. 두 사람은 귀국 길에 선물로 챙겨준 마오타이 여러 병을 가져갔다. 마오타이는 중국에서도 당과 정부, 군과 국영기업 고위층 등을 위한 특별한 선물 또는 뇌물로 이용된다. 생산물량이 달리는데다가, 와인이나 코냑처럼 생산연도에 따라 특히 값비싼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 이런 명품은 경매에서 몇 백 배 값에 팔리기도 한다. 마오타이 양조창은 당과 인민해방군 등에 상당한 물량을 따로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민해방군 총후근부, 그러니까 군수지원사령부의 전직 고위간부가 1만병 넘는 마오타이를 집에 쌓아 놓았다가 부패 혐의로 적발된 사건은 이런 배경에서 이해할 만하다. 시진핑(習近平) 총서기는 "전쟁에 이런 물자가 필요한가"라고 격노했다는 보도다. 적발된 간부는 새로운 장정(長征)에라도 대비했던 것일까.

강병태 논설고문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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