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바티칸의 성베드로 광장은 세계 각지에서 온 가톨릭 신자와 언론인으로 북적거렸다. 제 266대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추기경 비밀회의)에 앞서 미사에 참석하려는 신자들이 아침 일찍부터 찾아오는 바람에 200m 가량의 긴 줄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전세계 12억 가톨릭 신자들의 지도자인 교황을 선출할 콘클라베가 이날 시작됐다. 베네딕토 16세가 지난달 11일 생존 교황으로는 거의 600년 만에 퇴위를 발표한 지 한 달여만이다.
80세 미만 추기경 115명은 이날 오전 10시 성베드로 성당에서 교황 선출을 위한 미사를 가진 뒤 오후 4시30분 시스티나 성당의 미켈란젤로 프레스코 천장화 아래에서 첫 투표 절차에 돌입했다. 교황 선출 소식을 전할 언론인 5,600여명도 취재 준비를 마쳤다.
'열쇠를 잠그다'라는 뜻의 콘클라베에서 추기경들은 외부와 차단돼 비밀로 회의를 진행한다. 따라서 참가 추기경 외에는 콘클라베 내부 사정을 알 수가 없다. 이날 교황이 선출되지 않으면 다음날부터 오전, 오후 계속 투표를 진행한다. 교황으로 선출되려면 추기경 115명의 3분의 2가 넘는 77명 이상의 지지가 필요하다. 새 교황이 탄생하면 투표용지를 태워 굴뚝에 흰 연기를, 그렇지 못하면 검은 연기를 피워 올린다. 성당 밖에서 결과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연기의 색깔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외신들은 일찌감치 유럽권과 비유럽권 또는 기성세력과 개혁세력의 대결을 점쳤다. 이런 맥락에서 브라질의 오질루 페드루 셰레르(63) 추기경, 이탈리아의 안젤로 스콜라(71) 추기경, 타르치시오 베르토네(78) 교황청 국무원장, 가나의 피터 턱슨(64) 추기경 등을 후보로 거론했다. 미국의 숀 패트릭 오말리(68) 추기경, 나이지리아의 프랜시스 아린제(80) 추기경, 교황청 주교성 장관인 캐나다의 마크 웰레(68) 추기경 등도 언론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뚜렷한 선두주자가 없다며 의외의 인물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현지 관계자와 언론도 누가 새 교황이 될지 모르겠다며 "오직 하느님만이 아실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지난 100년간 콘클라베가 5일을 넘긴 적이 없는 만큼 아무리 늦어도 주말쯤이면 새 교황이 탄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첫번째 연기는 검은색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누가 새 교황이 되더라도 교황청을 둘러싼 잡음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11일에도 교황청이 성직자들의 기거를 위해 매입한 로마 시내 아파트 단지가 유럽 최대의 '게이 사우나'와 이웃한 사실이 영국 일간 인디펜턴트의 보도로 드러났다. 아울러 사제 성추문 관련 교회의 반성과 변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어 성추문 문제의 해결이 새 교황의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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