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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음악의 길] "현악·타악에 치중하는 작곡가들에 새 지평 보여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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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음악의 길] "현악·타악에 치중하는 작곡가들에 새 지평 보여주고 싶어"

입력
2013.03.12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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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펫은 금관악기 중에서도 특히 힘든 악기다. 건장한 남성들도 연주할 때면 양 볼은 물론 목까지 부풀어 오를 정도다. 찬란하고도 과시적이다.

여성 트럼펫 연주자 박상미(41)의 소통 면적은 가장 대중적인 데서 전위적인 행보까지 아우른다. 지난해 12월 천안에서 충남국악관현악단과 재즈곡 '산체스네 아이들' 협연, 11월 수원에서 대중적 레퍼토리로 펼친 '사랑의 음악회' 등 전방위로 활동 중인 그의 연주는 기교의 과시가 아니어서 아름답기까지 하다. 현대음악, 특히 창작곡에 대한 애정으로 넘어가면 곡진함마저 보인다.

여성 트럼페터로는 유학 1호다. 독일 뷔르츠부르크 음대에서 연주박사 학위를 받고 돌아와 2001년 귀국 독주회를 했다. 당시 선보인 페네킨의 난곡 '모르소 콘체르토'는 이후 음대의 트럼펫 레퍼토리로 굳어졌다. 지금까지 원현미의 '회상(Flashback)' 등 한국 작곡가의 작품 6편을 무대에 올렸다. 현대음악 전문 앙상블 소리와 협연한 '회상'의 경우, 연주 도중 불을 켜고 끄는 등 해프닝도 마다지 않았다. 현대음악이 트럼펫에 요구하는 바가 결코 우아하지 않다는 사실을 기꺼이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아르투리안, 쿠르츠, 졸리베, 토마지 등 트럼펫을 위한 곡을 쓴 현대 작곡가들은 맑고 정제된 고음보다는 트럼펫이 가진 고유의 가능성을 추구하죠."

현대음악은 바로크나 낭만주의 작품과는 비교할 수 없는 다양한 기교를 요구하기 때문에 주법도 독특하다. 횡경막을 한껏 올린 다음 단전 아래로 끌어내리는 복식 호흡은 기본이다. 트럼펫은 다른 금관악기보다 관이 짧아 바람이 역류하기 쉽다. 그만큼 세게 불어야 한다는 뜻이다. 윗입술에 박힌 굳은 살이 지난 세월을 족히 말해 준다.

"그냥 바람을 불어 넣는 게 아니라 마우스피스에 입술을 마찰시켜요. 호른, 트럼본 등 다른 금관악기를 연주할 때 필요한 압력으로는 엄두도 못 내죠. 삑사리가 많은 악기라는 말을 들을 만도 하죠."

그의 영웅은 미국의 트럼페터 윈튼 마살리스. 재즈는 물론 클래식에도 통달, 1990년 1월 타임지 커버로 나온 인물이다. 마살리스는 트럼펫이 모든 음악 언어를 통찰하는 법을 보여주었다.

트럼펫의 영역을 확장하고 새로운 음악을 찾아 전달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피아노, 현, 타악에만 치중하는 작곡가들에게 새 지평을 보여주고 싶어요. 기교의 과시보다 선율적인 곡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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