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학위 논문을 표절한 김재우(69)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김 이사장은 단국대가 박사학위를 취소하자 서둘러 거취를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 대주주인 방문진 수장이 교체되면서 김재철 MBC 사장의 거취도 주목되고 있다.
김 이사장은 12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13일 오전 8시에 열리는 임시이사회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겠다"면서 "이사장과 이사직에서 물러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MBC가 미래지향적인 공영방송으로 발전하는데 내가 부담이 돼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사퇴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김 이사장 스스로 정한 마지노선에 봉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8월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되자 "단국대에서 표절로 판명된다면 책임지겠다"고 했다가 올해 1월 단국대 연구윤리위원회에서 표절 판정을 내리자 "박사학위가 취소되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약속했다. 단국대는 8일 대학원위원회를 열어 학위 취소를 결정했고, 12일 김 이사장에게 이 같은 내용의 등기우편을 발송했다. 김 이사장은 이런 내용을 12일 오전에 접한 뒤 급하게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이사장은 중도 사퇴한 김우룡 전 이사장 후임으로 2010년 5월부터 8기 방문진 이사장, 2012년 8월부터는 임기 3년의 9기 이사장을 맡아왔다. 김우룡 전 이사장은 "김재철 MBC 사장을 임명한 것은 청와대 뜻과 무관하지 않은 낙하산 인사"라는 발언으로 물러났었다.
김재철 사장을 감싸왔던 김 이사장의 사퇴로 김 사장에 대한 해임 압박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정수장학회와 MBC 민영화 논의를 진행한 김 사장을 해임해야 한다는 민주통합당 의원들의 공세에 "MBC 경영진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얘기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등 김 사장을 옹호해왔다. MBC 노조는 "지난해 MBC 파업 당시 제기된 김 사장의 온갖 비리 의혹도 외면해 감사원의 지적까지 받았다"고 비판했다.
이에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신경민 의원(민주당)은 "김 이사장은 김 사장과 MBC를 만신창이로 만든 장본인"이라며 "둘은 운명공동체인 만큼 김 사장도 하루속히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MBC 관계자는 "어차피 김 이사장 후임도 청와대가 추천하겠지만 지금처럼 김 사장을 대놓고 지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문진 이사회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보궐이사를 임명하기 전까지 당분간 이사 8명 체제로 운영되며, 이사장 직무대행은 연장자를 호선하는 관례에 따라 야당 추천인 김용철(64) 이사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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