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천연가스를 파키스탄으로 수출하기 위한 가스관 착공식이 11일 양국 정상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핵개발 의혹으로 서방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이 가스 수출로 외화를 확보할 경우 제재가 무력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양국 접경지역인 이란 동남부 차바하르시에서 열린 착공식에는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과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이 참석했다. 아마디네자드는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며 "서방은 양국의 가스관 건설을 막을 아무런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천연가스 매장량이 세계 2위인 이란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경제제재가 집중된 원유 대신 천연가스 수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양국은 이란 서남부의 사우스 파르스 가스전과 가까운 아살루예와 파키스탄 카라치를 잇는 사업비 75억달러 규모의 가스관을 건설하기로 2010년 합의했다. 900㎞ 길이의 이란 쪽 가스관은 완공 단계다. 이날 착공한 파키스탄 구간 780㎞ 길이의 가스관이 계획대로 내년에 완공되면 매일 2,150㎡의 천연가스가 파키스탄으로 수출된다. 심각한 에너지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파키스탄 정부는 이란산 가스 수입으로 전력 수요의 20%를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은 그 동안 파키스탄에 에너지 부족 문제를 해결할 다른 방법이 있다며 사업 포기를 종용했다. 외국 업체들도 미국의 제재를 우려, 파키스탄 쪽 가스관 건설 참여를 꺼려 사업은 난항을 겪었다. 그러나 이란 정부가 파키스탄에 공사비 15억달러 중 5억달러를 차관으로 제공하고 자국 국영 가스회사를 공사에 참여시켜 착공을 성사시켰다. 파키스탄 집권당이 5월 총선을 앞두고 반미감정에 편승해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상황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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