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귀국한 11일 민주통합당은 온통 좌불안석의 분위기였다. 당 전체가 숨을 죽인 채 그의 귀국 후 행보가 야권에 불러올 충격파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안 전 교수에 대한 견제 심리와 위기감 등이 뒤엉킨 듯 당 지도부는 어떤 공개적 언급도 하지 않았고, 당의 공식 논평도 애매모호한 원론적 환영 입장만 밝혔다.
정성호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안 전 교수가 새로운 희망을 안고 귀국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민주당 역시 희망을 주는 정치 혁신의 과정으로 4월 재보선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철수 신당' 등 야권의 정계개편이 본격화될 경우에 대비해 당내 동요와 이탈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도 힘쓰는 모습도 나타났다.
민주당은 전날 정당개혁안을 새롭게 내놓은 데 이어 13일에는 당 정치혁신위 차원의 혁신안을 발표키로 했다. 여기엔 정치개혁 이슈의 주도권을 놓칠 경우 안 전 교수의 정치 행보에 민주당의 존립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돼 있다.
그러면서 안 전 교수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박용진 대변인은 서울 노원병 공천 문제와 관련, "당연히 후보를 낼 것이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안 전 교수의 말처럼) 야권의 누구도 기계적이거나 정치공학적인 야권연대를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고 각을 세웠다.
문재인 전 대선 후보의 상황실장이었던 홍영표 의원도 안 전 교수의 출마에 대해 "야권 전체의 통합 문제도 고민을 해야 한다. 신당 창당 등은 야권이 분열하는 지름길"이라고 주장했다.
진보정의당은 안 전 교수의 비판에 주력했다. 이지안 부대변인은 "82일간 숙고했다는 것에 비해 새 정치의 구체적 비전이 없어 아쉽다"며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중산층이 많은 노원병으로 출마한다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평가절하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안 전 교수가 끝내 독불장군 식으로 나오고 있다"며 분개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이철우 원내대변인은 "지난 대선에서 새로운 정치보다 구태정치를 많이 보여줬고 단일화 타령만 하다가 퇴장했다"면서 "이번에는 안철수, 성함 그대로 철수하지 않는 태도로 새로운 정치를 보여주길 당부한다"고 비꼬았다. 새누리당은 4·24 재보궐 선거에 출마할 후보자 신청을 14~16일 접수하고 이달 말까지 공천을 완료할 방침이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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