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24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선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는 1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가진 귀국 기자회견 내내 상기된 표정이었다. 기자회견에 앞서 지난해 대선 기간 안면을 익힌 취재진에 먼저 인사를 건네는 여유를 보였지만 보선 출마 배경을 설명하며'새 정치'를 강조할 때는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결연함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새 정치가 구체화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정치의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라며 여전히 모호한 화법을 구사했다.
오후 5시 4분쯤 대한항공편으로 귀국한 안 전 교수는 마중 나온 송호창 김성식 전 공동 선대본부장 등과 티타임을 가진 뒤 5시 50분쯤 입국장에 들어섰다. 안 전 교수가 나타나자 서너 시간 전부터 입국장 주변에 있던 200여명의 지지자들은 플래카드를 흔들며 '안철수'를 연호했다. 40여명의 옛 선거 캠프 인사들과 인사를 나눈 안 전 교수는 20여분 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응한 뒤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노원구 자택으로 향했다.
앞서 안 전 교수는 기내에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부터 동승한 취재진을 찾아가 즉석 간담회를 자청했다. 그는 미국 생활에 대해 "칩거하지 않았다. 많이 돌아다녔다"며 샌프란시스코 인근 도시들을 거론했고, 귀국 직전에는 "아는 사람의 집에 머물렀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변장하고 다닌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산책할 때 모자를 안 썼다. 숨어 다니지 않았다. 죄 지은 것도 아니고…"라며 웃었다.
그는 전날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귀국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에도 기자들과 만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노예제 폐지를 담은 수정헌법 13조를 통과시키기 위해 여야 의원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다룬 영화 '링컨'을 관람한 사실을 언급했다.
이와 관련 그는 "어떻게 여야를 설득하고 어떻게 전략적으로 사고해서 일을 완수해 내는가 하는 부분을 감명 깊게 봤다"고 말해,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또 영화 '레미제라블'도 관람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귀국 이후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정치 행보를 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다음은 귀국 직후 기자회견 문답.
_정부조직법 협상을 둘러싼 여야의 상황에 대해 평가한다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안타깝다. 현재 어느 한 쪽은 양보해야만 하는 상황인데, 대승적 차원에서 먼저 모범적으로 푸는 쪽이 국민들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다."
_출범 초기 박근혜정부에 대한 평가는.
"국민을 위해서 진심으로 성공한 정부가 되길 바란다. 선거 때 주장한 대로 통합의 정치, 소통의 정치를 잘 이뤘으면 좋겠다."
-노회찬 전 의원 부인인 진보정의당 김지선 후보가 안 전 교수에게'후보 양보'를 요구했는데.
"저 외에도 양보하시는 정치인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_충남 부여ㆍ청양과 부산 영도에 후보를 낼 계획은.
"현재로서는 서울 노원병 선거에 집중하고자 한다."
_원내에 진출하면 대선 때 강조한 국회의원 정수 축소를 주장할 생각인가.
"대선 후보 시절 여러 쇄신안을 말씀 드렸는데 부족함이 많았다. 많은 분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계속 다듬어 가겠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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