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곰인데도 지리산 반달가슴곰은 복원한다며 귀한 대접 받고 사육곰은 웅담 채취가 가능한 10살이 될 때까지 철창에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어요. 앞뒤가 안 맞죠."
1980년대 정부의 곰 사육 권장 정책에 따라 수입됐다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철창에 갇힌 신세가 된 사육곰들에게 철창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방법을 두고 환경부와 환경단체 간 이견으로 사육곰의 앞날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11일 녹색연합과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실 등에 따르면 장 의원은 6일 웅담채취용 곰 사육을 폐지하는 내용의 '사육곰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현재 전국 53개 농가에서 사육되는 998마리 사육곰을 정부가 전량 매수하도록 한 것이 법안의 핵심이다. 사육곰 정책은 대표적 정책 실패이기 때문에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1981년 정부는 농가 소득 보전을 위해 어린 곰을 수입해 키워 재수출하도록 권장했다. 그러나 1973년 곰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우리나라가 1993년 가입하면서 재수출길이 완전히 막혔다. 이후 정부는 10살 이상 된 사육곰에서 웅담을 채취할 수 있도록 용도 변경을 허용했지만 웅담 수요가 크게 떨어졌고 2012년 9월 제주 세계자연보전총회(WCC)에서 웅담 채취를 위한 곰사육 금지 결의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또 식용 곰고기 불법 유통 등 학대 행위에 대한 국제 사회의 비난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환경부는 원칙적으로 곰 사육 중단에는 동의하면서도 예산 때문에 법안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법안이 통과되면 사육곰을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하는데 그 동안 거래가 금지돼 정확한 시장가격이 형성돼 있지 않고, 연구 용역으로 추산한 가격(마리당 1,000만원)을 토대로 해도 예산 부담이 만만치 않다"며 난색을 보였다. 매입한다고 해도 많은 곰을 어떻게 관리할지도 고민거리다.
녹색연합은 정부의 해결 의지 부족이라고 지적한다. 윤상훈 녹색연합 정책팀장은 "사육곰을 전량 매수하고 보호센터를 만들어 15년간 관리하는 비용이 260억원(연간 15억~20억원)으로 추산되는데 반달가슴곰 복원에는 126억원이나 쏟아 부었으면서 사육곰 매입을 안 하겠다는 것은 의지 부족"이라며 "반달곰과 유전자가 일치하는 어린 사육곰 6~7마리는 야생에 풀어 복원하거나 일본처럼 곰 테마파크를 만드는 등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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