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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군, '기증' 고문서 알고 보니 고가 '매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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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군, '기증' 고문서 알고 보니 고가 '매입'

입력
2013.03.1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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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송군이 개관을 앞둔 유교문화전시관의 전시용 고문서를 근거없이 17억여 원에 구입, 의혹을 사고 있다. 청송군 재정형편을 볼 때 거액을 법적 근거도 없이 지출한데다 감정을 통한 금액 책정과 집행절차도 투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군은 지난 2000년 국책사업으로 시작한 유교문화권사업에 따라 유교문화전시관 건립계획을 세운 후 전시물 확보 명목으로 2006년 3,447점, 2011년 3,760점의 고문서를 확보했다. 이에대해 군은 이 유물을 소장하고 있던 A(경북 영주시)씨로부터 기증받았다고 공식적으로 밝혀왔으나 사례비 17억2,500만원을 건네준 것으로 드러났다. 기증이 아닌 사실상 매매행위였던 것이다.

군은 이에대해 "적법하게 구매했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으나 유물 구입에 막대한 혈세를 지출한 법적 근거는 희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재정법 등에 근거가 없고, 구입 당시 군 자체 조례도 없었기 때문이다. 군은 유물 구입관련 조례를 지난해 제정, 2006년과 2011년의 매입은 주먹구구식 예산 집행으로 밝혀졌다.

군 관계자는 "감정위원들이 2006년 3,447점에 대해 33억여 원, 2011년 25억여 원의 감정가를 책정, 이 금액의 30% 상당을 기증인에게 사례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국국학진흥원 연구원 등 전문가들에 따르면 감정가의 일부 금액을 사례, 유상기증 형태로 유물을 구매하는 것은 일부 대형 박물관들의 관례일 뿐 지자체에는 적용할 명분이 희박하다. 군은 감정위원의 명단 공개를 거부하고, 감정가의 적절성을 뒷받침할 근거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의혹을 키우고만 있다.

특히 군이 실제 매입한 고문서의 85% 가량이 간찰(편지글)로 여러 형태의 고문서 중 가장 가격이 낮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감정 및 산정 기준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006년 매입한 3,447점 중 간찰은 3,129점, 2011년 3,760점 중에도 3,214점이나 된다. 이 밖에 위장(위로의 글), 제문, 교지 등이 있지만 극히 일부에 그치고 있다.

한국국학진흥원 한 연구원은 "상식적으로 6,300여 점이라는 방대한 양의 간찰을 개인 소장가가 내놨다면 가치가 높은 것인 지 의문"이라며 "17억여 원의 사례금도 과도하다"고 말했다.

경찰도 지난해 8월 이와 관련한 자료를 청송군으로부터 확보했으나 반년이 지나도록 수사를 하지 않고 있어 의혹만 증폭시키고 있다. 수사 관계자는 "사실 확인 차원에서 자료를 받아왔을 뿐 본격 수사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이 의혹을 밝히지 않으면서 지역 사회에서는 고문서 의혹을 둘러싸고 정치적 모략설이 난무하는 등 지역 갈등의 주범으로 떠오르고 있다.

청송의 한 유림단체 관계자는 "고문서 건으로 인구 3만도 안 되는 청송이 몸살을 앓고 있다"며 "군과 수사기관에서 의혹을 하루빨리 해소, 소모적 논란을 끝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임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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