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11일 4ㆍ24 노원병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제2 정치 도전의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안 교수는 일단 지역구 당선에 주력한 뒤 새 정치를 기치로 신당 창당 등 제3지대 세력화에 본격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선결 과제는 노원병 지역구 당선으로 여의도에 진입하는 것이다. 안 전 교수도 이날 귀국 기자회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원 주민들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며 노원병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상황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 지역이 야권 강세 지역이긴 하지만 야권 분열로 '일 대 다(多)' 구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의 부인인 김지선씨가 출마를 선언한 데다 민주통합당도 후보를 낼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야권 표 분산이 불가피하다. 새누리당이 거물급 인사를 공천한다면 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야권연대가 구태의연한 정치공학으로 비춰져 야권 단일화가 이뤄질 가능성도 낮다. 안 전 교수도 이날 "정치공학적 접근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며 인위적 단일화에는 나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런 사정으로 안 전 교수 측도 4ㆍ24 재보선에서 다른 지역에 후보를 내기 보다는 우선 안 전 교수의 당선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교수의 노원병 출마 명분이 취약하다는 점도 넘어야 할 과제다. 안 전 교수는 "지역주의를 벗어나 민심의 바로미터인 수도권에서 새 정치의 씨앗을 뿌리고자 결심했다"며 밝혔다. 하지만 이 지역이 노회찬 전 의원이 '안기부 x파일' 사건으로 의원직을 잃은 곳이어서 출마 명분이 궁색하다는 지적이 많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안 전 교수가 내세우는 '새 정치 프레임'이 퇴색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노원병 선거 결과에 따라 안 전 교수의 향후 행보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안 전 교수가 여러 잡음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원내 진입에 성공한다면 야권발 정계개편의 핵폭풍을 몰고 올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은 이 경우 안 전 교수가 10월 재보궐 선거 전에 신당 창당 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안 전 교수가 이전과 달리 빠른 템포의 정면 승부를 걸고 있다"며 "원내 진입에 성공한다면 지난해 대선 후보 캠프에 결합했던 교수, 자원봉사자들, 지역 조직들을 중심으로 해서 신당 창당을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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