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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로 판 키우는 스포츠 도박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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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로 판 키우는 스포츠 도박의 덫

입력
2013.03.1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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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유명 인터넷 포털에 '스포츠토토' '안전한 놀이터'로 검색하자 합법 베팅사이트 '스포츠토토'를 모방한 스포츠도박 사이트 관련 글 수백 개가 나왔다. 이들 사이트의 주소들은 대부분 중간에 '*, $' 등 특수문자가 들어있었다. 포털의 감시에 걸리지 않기 위한 술수다. 이러한 스포츠도박 사이트 홍보 글은 각종 동호회 카페는 물론, 입시정보를 나누는 160만 회원의 수험생 커뮤니티까지 도배돼 있다.

'스포츠 베팅으로 용돈 버세요'같은 문구와 함께 적힌 인터넷 주소에 접속하니 전자기타 그림이 걸린 '뮤*'란 이름의 사이트가 나왔다. 겉보기엔 음악 서비스 사이트 같지만 스포츠도박사이트다. 입금액은 1만원, 베팅은 5,000원부터였고 최고 베팅액에 제한은 없었다.

회원 가입과 함께 입장하니 이날 오후 7시 A생명과 B은행 간 농구경기 등 프로스포츠 관련 베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코트의 마법사'로 불리던 프로농구 원주 동부 강동희 감독이 승부조작 혐의로 구속되는 등 인터넷 스포츠도박이 사법기관의 표적에 오른 것도 아랑곳하지 않는 듯 했다. 이 사이트는 단순 승패, 쿼터별 승패, 선취 7점 얻기 등 경기당 베팅 외에 첫 3점슛, 첫 자유투, 첫 득점 등 다양한 베팅 항목이 즐비했다.

강 감독의 승부조작 혐의와 관련된 스포츠 도박사이트도 이 사이트와 흡사한 베팅 항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 A(33)씨가 강 감독의 승부조작을 이용해 베팅을 한 항목은 주로 쿼터별 승패와 점수차이를 포함한 전체 승패방식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관계자는 "2010~2011시즌 끝 무렵 동부가 꼴찌 팀에 21점차로 대패한 경기에 베팅을 한 꾼들은 엄청난 고액배당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스포츠 도박사이트들은 실명인증 요구 없이 아이디, 휴대전화 인증번호, 입금계좌번호, 이메일 만으로 가입할 수 있어 누구나 쉽게 발을 들일 수 있다. 이런 가입방식이라 회원에 성인은 물론 고교생까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베팅 방식도 '스포츠토토'보다 훨씬 다양하고 첫 3점슛 같이 경기 분석이 필요 없는 단순 항목이 많아 중독 위험이 더 크다. 2년 전 대학생 B(22ㆍ서울 망원동)씨는 부모 몰래 휴학해 환불 받은 등록금 300여 만원을 스포츠 도박사이트에서 탕진했고, 제3금융권에서 무담보대출 받은 700만원까지 날렸다. 처음 그의 베팅액은 5,000원이다.

이런 사정이라 스포츠 도박사이트는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클린스포츠통합콜센터에 따르면 신고 접수된 스포츠 도박사이트들은 2009년 5,395건에서 지난해 2만3,708건으로 3년 새 4.4배나 늘었다.

더구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가 2012년 상반기에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장, 수십개 지점을 관리하는 점주들, 모집책 등 위계를 갖춘 프랜차이즈 형태의 대형 스포츠 도박사이트(회원 2,000명ㆍ실참여자 300명ㆍ충전금 3억원 이상)가 200여 곳이나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형화, 조직화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단속은 엄두도 못 낸다. 이들 스포츠 도박사이트의 서버가 일본 중국 등 해외에 있어 물증 확보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행행위를 단속하는 한 경찰 관계자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운영조직들도 회원모집 카페 주소, 입금계좌를 수시로 바꾸며 대포통장, 대포폰만 써 적발도, 발본색원도 어렵다"며 "적발 중심의 사후약방문식 대응으로는 뿌리뽑기가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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