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중견 건설업체가 주상복합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인접 건물에 균열, 침수 등 피해가 발생해 이 건물에 입주한 인쇄소와 민사소송까지 가는 등 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D사는 부산 부산진구에 지하 3층, 지상 36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 준공을 앞두고 있는데, 해당 부지 바로 옆에는 영세업체인 S인쇄소가 자리잡고 있다.
11일 S인쇄소에 따르면 2002년 현 부지로 입주한 뒤부터 일감이 늘어나는 등 경영이 순탄한 편이었다.
그러나 2010년 초 D사가 주상복합건물을 짓기 위해 터파기 공사를 진행하면서부터 공장 바닥에 균열이 발생하는 등 피해를 입기 시작했다.
바닥 균열 등으로 인쇄 업무에 문제가 생기면서 매출이 감소해 당시 14명이었던 직원 수는 현재 절반 가까이 줄어든 상태다.
또 세를 내고 인쇄공장 내에 입주해 있던 한 업체는 더 이상 피해를 참지 못해 다른 공장으로 이전하기도 했다.
건설회사 측도 어느 정도 건물 피해를 인정하고 보상범위를 놓고 협상을 벌였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국 2011년 7월 인쇄소 측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해 현재 법원에 계류돼 있다.
S인쇄소 관계자는 "인쇄업의 특성 상 미세한 균열이나 침수 등도 업무에 차질을 빚고 큰 피해를 불러온다"며 "소위 말하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지만 도저히 억울함을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양측의 갈등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D사가 지난 1월 인쇄소와의 경계지점에 지상 1.2m 높이의 화단을 조성하면서부터 갈등은 겉잡을 수 없이 커졌다. 화단 조성으로 인쇄소가 돌연 반지하 건물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S인쇄소 측은 "옆 건물 때문에 졸지에 반지하 건물에서 일하게 된 공장 직원들에게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라며 "더 큰 문제는 비가 올 때마다 화단과 공장 건물 사이의 골로 물이 차 침습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인쇄소 측은 부산시 등 관계기관에 침수 피해 등을 호소하는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지만 도움을 받지 못했다.
결국 자비를 들여 토지측량을 실시했다. 측량 결과 '화단 일부가 인쇄소 부지를 침범하고 있다'는 결과를 받아냈다.
하지만 이마저도 별 소용이 없었다. S인쇄소 측은 "측량결과를 통보하자 D사는 '화단을 물리겠다'고 통보해 왔지만 고작 20여㎝ 물러났을 뿐 높이는 그대로 유지된 상태"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D사 측 입장도 완강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매입 부지 내 화단 조성은 정당한 권리"라며 "만일 인접 주민 편의를 봐주자고 화단 높이를 낮추면 나무를 심을 수 없는데 그러면 300세대 가까운 입주민들의 항의는 어떻게 감당하라는 말이냐"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 화단 문제와 관련, 국민권익위원회가 최근 현장을 찾아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업체 측에 적절한 조치를 하도록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3년 넘게 갈등이 지속되고 있지만 부산시 등 관계기관은 '민사문제'라는 이유로 갈등해결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민원인에게 억울한 면이 있는 것 같아 몇 차례 현장을 찾아갔고, 양측이 타협하도록 설득한 적은 있다"면서도 "사안의 성격 상 강제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강성명기자 smk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