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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F-35 상술에 美 국방부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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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F-35 상술에 美 국방부 당했다"

입력
2013.03.1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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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물건으로 유인한 뒤 비싸게 파는 미끼 작전이었다."

워싱턴포스트(WP)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전투기인 미국의 F-35 합동공격전투기의 문제점을 1면 머리기사를 포함해 3개면에 걸쳐 파헤쳤다. 이 신문은 척 스피니 전 국방부 분석관을 인용해 한국군이 차기 전투기로 구매를 검토 중인 F-35의 개발이 처음부터 이점은 과장되고 비용은 축소된 '미끼 상술'이었다고 보도했다.

2000년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는 F-35와 같은 신무기는 필요 없다고 호언했다가 오히려 민주당 앨 고어 후보의 공격을 받았다. 대통령에 당선된 부시는 9ㆍ11 테러 직후인 2001년 테러와는 상관없는 차세대 F-35 전투기 생산을 전격 결정했다. 국방부와 군납업체 록히드마틴은 2,330억달러에 2,852대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설계도만 보고 이런 대량 구매를 결정한 것은 전례가 없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설계 문제를 보완해 생산하면 시간과 비용을 줄이면서 첨단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는 록히드마틴의 논리에 국방부가 넘어간 것이다.

전문가들은 성능시험을 거친 뒤 구매할 것을 충고했지만 부시 정부는 귀 기울이지 않았다. 당시 이 결정에 깊이 간여한 피트 올드리치 국방부 차관은 2년 뒤 록히드마틴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7년까지 조종사의 시험비행 평가가 진행되는 동시에 F-35의 대량생산 체제가 가동되는 것은 이런 특이한 계약 때문이었다.

그러나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실제 상황의 오류를 잡아내지 못하면서 이런 생산방식은 거꾸로 개발 지연과 비용의 천문학적 상승으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F-35 일부 기종의 연료관과 엔진에서 결함이 발견돼 시험 비행이 중단됐다.

설계변경이 계속되는 사이 처음 대당 8,180만달러였던 개발 비용이 1억6,200만달러로 두 배 넘게 뛰었다. 국방부가 초기 계산이 잘못됐다고 깨달았을 때는 이미 발을 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설계와 첫 도입에 840억달러가 투입된데다 F-35 생산으로 45개주 및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서 13만3,000개 일자리가 창출되면서 경제ㆍ정치적 요인까지 개입됐다. 더욱이 공군과 해병대의 주력기종인 F-16과 F/A18, AV-88해리어가 2020년 시작해 2030년이면 모두 퇴역할 예정이라 대체기종 개발도 촉박해졌다. 초음속 전투기는 자동차나 민간항공기보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데 미국 공군 주력인 F-16 전투기의 경우 이미 역대 최장인 평균 23년째 기동 중이다.

국방부는 F-35를 처음보다 409대가 줄어든 2,443대 구입하기로 수정했지만 비용은 도리어 1,600억달러가 늘어난 3,971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치솟는 개발비용에 캐나다 등이 구매를 취소했고 이스라엘 등은 주문량을 줄였다. WP는 "미국 역사상 최대 무기사업이자 올해 국방부 예산의 최대 지출항목인 F-35 사업이 이번 연방예산 자동삭감(시퀘스터) 사태도 빗겨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F-35의 스텔스 기능과 360도 전방위 감지시스템이 정치권에 먼저 통할 것이란 얘기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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