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출신 인사들의 타 기업 CEO행이 줄을 잇고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전자분야였지만 이젠 업종에 관계없이 삼성출신의 CEO 스카우트 바람이 불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출신 영입이 가장 두드러진 곳은 식품업계다. 해외진출과 위기대응, 두 가지 목적에서 삼성 출신을 선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동원F&B는 지난 8일 삼성전자에서 경영혁신총괄을 담당했던 박성칠 전 대상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했다. 7년간 동원F&B를 이끌어온 김해관 대표의 후임인데, 김 대표 역시 삼성그룹 공채 출신이다. 박 사장은 향후 중국을 비롯한 해외사업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농심은 지난달 김경조 전 삼성코닝 전무를 부사장을 영입했다.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식품업계의 가장 애로인 위기대응력을 키우기 위해 삼성출신을 뽑은 것으로 전해졌다. 농심의 삼성선호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농심은 2008년 3월부터 2010년 3월까지 삼성종합기술원장과 삼성인력개발원장을 지낸 손욱 회장이 회사를 이끌었다.
2007년 웅진코웨이 대표로 영입돼 모그룹 워크아웃과 매각, 사명변경(코웨이) 와중에도 현재까지 회사를 이끌고 있는 홍준기 사장 역시 삼성전자 출신이다.
IT업계에서도 '삼성맨'바람은 여전하다. 동부그룹은 지난달 15일 인수한 대우일렉트로닉스 CEO에 삼성 비서실 출신인 이재형 동부라이텍 겸 동부LED 부회장을 선임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에서 구주총괄과 정보통신부문장, 미주총괄을 거쳤다. 함께 선임된 이재국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삼성전자에서 지원그룹 그룹장과 생활가전사업부 경영지원 총괄 전무를 거쳤다.
지난해 동부그룹 전자계열의 핵심축인 동부하이텍의 수장이 된 최창식 대표 역시 삼성SDI의 수장을 역임했다. 동부그룹은 전체 임원 290명 중 외부출신은 50%, 이 중 삼성출신이 절반 가량을 차지할 만큼 삼성선호가 높은 기업이다.
두산은 지난해 9월 전자비즈니스그룹장에 제일모직 정보통신소재사업부 상무와 전무를 거친 동현수 전 에이스디지텍 대표를 영입했다. 일진그룹도 같은 달 LED사업 강화를 위해 일진LED를 새로 설립하고, 안기훈 전 삼성전기 전무를 대표로 임명했다.
태광산업은 지난달 최중재 전 삼성물산 화학사업부장을 신임 사장으로 영입했다. 또 정경환 전 삼성토탈 상무를 영입해 신임 석유화학본부장(전무)에 앉혔다.
한 재계관계자는 "삼성이 1등 기업이고 워낙 관리능력이 뛰어나다 보니 재계에선 삼성 고위직출신은 일단 업무능력은 검증됐다는 컨센서스가 있다"면서 "여기에 사회 각계에 퍼져있는 삼성의 전ㆍ현직 인맥 자체가 중요자산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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