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의왕시 오전동 성광야학에서는 직장인은 야학 교사 자원봉사에 지원할 수 없다. 몇 년 전 한 직장인 자원봉사자가 3~4주 나오다가 갑자기 그만두는 바람에 나머지 교사들이 그 과목을 메우느라 한 학기를 정신 없이 보낸 후 정한 규칙이다. 김동혁(28) 성광야학 교사는 "이전에도 직장인들이 야학 교사를 자원했다가 직장 업무를 이유로 수업을 수시로 펑크 냈다"며 "야학의 정상적인 운영에 자원봉사자 한 명이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있는 또 다른 야학도 사정은 마찬가지. 한 학기 지나고 나면 30명인 자원봉사 교사의 3분의 1 정도가 바뀌는 일이 수년째 계속되다 보니 최근에는 출석체크를 해서 3주 연속 나오지 않으면 자동으로 퇴출시키는 '삼주아웃제'까지 도입했다. 야학 관계자는 "검정고시가 1년에 2번 있으니 자원봉사 교사가 시험 준비기간인 최소 4개월은 맡아줘야 한다"며 "수시로 빠지거나 중도에 그만둘 경우 오히려 학생들에게 민폐가 된다"고 말했다.
작심삼일 자원봉사자들로 각종 기관과 시설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새 학기를 맞아 곳곳에서 자원봉사 교사들을 대거 모집하면서 한쪽에선 책임감 없는 자원봉사자 탓에 휴강, 대체인력 급구 등 돌발 상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11일 서울시자원봉사센터에 따르면 대학생들이 초·중·고교 학생들의 교과목 지도와 예·체능 활동을 지원하는 '동행 프로젝트'라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의 경우 지난해 자원봉사 참여 인원인 1만 3,293명 가운데 649명이 중도에 그만뒀다. 인턴 합격이 되었다거나 봉사활동 학점이 필요 없게 됐다는 등의 주로 개인적인 사유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 관계자는 "자원봉사 신청자를 각 학교에 배치 준비까지 다 해뒀는데 갑자기 못하겠다는 사전취소자들도 많다"며 "그래서 최근 있었던 자원봉사자 오리엔테이션에서는 성실성을 특별히 강조했다"고 말했다.
사실 자원봉사자들의 무책임한 행태는 '스펙 쌓기'등 이기적 동기에서 봉사활동을 한 경우에 많이 나타난다. 문제는 이로 인해 어려운 처지에 학구열을 불태우는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서울 구로구 구로동의 한 야학 관계자는 "본인이 취업하면 가르치는 학생들의 검정고시가 코앞이라도 바로 그만두는 봉사자들이 있다"며 "순수한 마음으로 봉사를 하겠다고 했으면 그렇게 쉽게 그만두겠냐"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서울시자원봉사센터는 지난해부터 동행 프로그램 중도포기자들에 한해 일종의 '활동제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중간에 그만두는 자원봉사자들은 이후 센터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봉사신청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다. 2회 이상 중도포기를 하면 아예 봉사자격을 박탈한다. 정무성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자원봉사자들의 지속성을 높이려면 철저한 사전 교육과 의무감이나 스펙을 위해서 자원봉사를 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바꿔 자발성과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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