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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기 조기종영… '시청률 칼춤' 추는 지상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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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기 조기종영… '시청률 칼춤' 추는 지상파

입력
2013.03.11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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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종편 무한경쟁에 위기감 "일방적 폐지 시청자에 횡포" 지적드라마 연속방영 등 변칙편성도

시청률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 조기종영이 잇따르고 있다. 저조한 시청률 탓에 한두 달만에 막을 내리기 일쑤이고, 아무리 인기있던 프로그램이라도 시청률이 떨어지면 단칼에 날아가는 상황이다. 방송시간대나 분량도 제멋대로 편성한다. 시청률 앞에서는 배려도, 예의도, 상식도 없다.

MBC는 7일 봄 개편을 맞아 시사 교양 프로그램인 '이야기 속 이야기-시사현'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7일 첫 방영된 이 프로그램은 11일 9회를 끝으로 조기 종영된다. 앞서 MBC는 심야 토크쇼 프로그램 '토크클럽 배우들'을 조기종영하기로 했다. 2004년부터 2012년까지 방영된 장수 토크쇼인 '놀러와' 후속으로 편성된 이 프로그램은 2% 시청률을 기록하자 7회 만에 내린 것. 4일 마지막 방송에서는 출연자들의 작별인사도 없이 종영사실을 자막으로 처리했다. '놀러와' 종영때도 그랬다. MBC의 한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 대해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됐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정은 KBS도 마찬가지다. KBS는 MC 강호동의 복귀 및 독서와 토크쇼의 결합이란 독특한 형식으로 방영 초기 주목을 받았던 '달빛 프린스'를 방송 8주 만에 폐지한다. 1월 22일 첫 방송을 시작한 지 불과 2달도 안된 3월 12일, 마지막 방송을 한다. '이야기 속 이야기-시사현', '토크클럽 배우들', '달빛프린스'는 약 4% 시청률을 기록했다. 국민예능으로까지 불렸던 '남자의 자격'도 4년만에 종영신세에 처했다. MBC '아빠! 어디가'에 밀린 탓이다.

방송사간의 시청률 경쟁으로 인한 프로그램 조기 종영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프로그램에 대한 폐지 결정이 통상 봄, 가을 개편을 중심으로 3∼6개월 단위로 이뤄지던 기존 행태와는 크게 벗어난 것이다. KBS의 한 관계자는 "예전부터 많은 프로그램을 조기 종영해온 MBC와 달리 공영성을 중시하는 KBS는 프로그램이 자리잡을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적 여유를 보장해왔다"며 "'달빛프린스'가 이처럼 빨리 폐지된 것은 이런 관례를 깬 첫 사례로 케이블 채널 등에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변칙 편성이라는 방법도 도입하고 있다. 지난 2월 13일 SBS가 수목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1ㆍ2회 연속 편성하자 KBS는 동 시간대 경쟁작 '아이리스 2' 1회 방송 이후 시간대에 자사의 간판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추적60분'을 결방하고 영화 '고지전'을 긴급 편성했다. 뿐만 아니라 MBC는 봄 개편을 통해 18일부터 월∼금요일까지 평일 오후 8시 50분에 사극 '구암, 허준'을 35분간 방영하고 이어 9시 25분부터는 예능 프로인 '컬투의 베란다 쇼'를 편성키로 했다. 시청률 하락과 광고 수주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MBC가 통상적인 편성 전략의 흐름을 깬 변칙 편성에 나선 것이다.

프로그램 조기 종영은 열악한 외주제작 환경을 부채질 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MBC는 노조 파업 등으로 예능 프로그램을 대거 외주제작사에 맡겼지만 '무한걸스' '무작정 패밀리' '주얼리하우스' 등 외주제작 예능 프로그램이 대거 조기 종영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같은 지상파 방송사들의 행태가 시청자에 대한 일종의 '횡포'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최근 시청자들의 트렌드가 빨라져 1∼2회 만에 자리를 잡지 못하는 프로그램은 시청률 상승이 어려운 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일방적으로 폐지를 통고하고 '편성 전쟁'을 벌이며 최소한의 룰조차 지키지 않는 행태 등은 방송 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시청자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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