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지표상으로 평가했을 때 경제개발이 본격화한 3공화국 이래 가장 친(親) 기업적 성향을 띤 정부는 김대중 대통령이 이끈 ‘국민의 정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한국재정학회가 발간한 ‘재정학연구’에 수록된 ‘행복한 나라를 위한 재정정책 방향’ 논문에 따르면 박정희 대통령 이래 최규하 대통령을 제외한 6명 대통령 재임 기간의 실적을 비교한 결과, 역대 정권 가운데 국민의 정부 동안 기업에게 경제성장의 혜택이 가장 집중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정부(1998년-2002년) 기간 전체 국민총소득(GNI)은 연 평균 7.5% 성장했는데, 같은 기간 기업 부문의 이익은 13.5%나 증가한 반면 개별 가계의 소득은 기업 증가율의 42.5%에 불과한 5.7% 성장에 그쳤다. 외환위기 직후라는 특수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경제정책이 가장 친 기업적으로 이뤄졌다는 뜻이다.
국민의 정부 다음으로는 이명박 정부가 이름을 올렸다. 이명박 대통령 재임 5년 중 GNI는 연 평균 6.2% 상승했으나, 가계 소득(연평균 4.9%) 증가율은 기업 이익 증가율(10.9%)의 44.9%에 머물렀다.
가장 친 서민적 정책을 집행한 정부는 1987년 민주화를 통해 집권한 노태우 정부인 것으로 파악됐다. 1988년부터 1992년까지 이어진 노태우 정권 시절 가계 소득은 연 평균 18.5% 증가했는데, 이는 기업 이익 증가율(14.3%)은 물론이고 같은 기간 GNI 평균 증가율(17.7%)보다도 0.7%포인트나 높았다.
이 논문을 작성한 목원대 조연상 교수는 “최근의 투자부진은 기업의 재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내수가 살아나지 않기 때문”이라며 “내수를 살리기 위해 정부는 친기업적 정책을 버리고 임금 근로자들이 생산성에 향상에 따른 임금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중립적 입장에서 노동시장 정책을 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립적 노동시장 정책의 대표 사례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강성노조의 지나친 임금투쟁 억제 등을 주문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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