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추가 도발 위협으로 남북한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현역 장성들이 대거 골프를 즐긴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주말 이틀 간 주요 군 골프장에는 군 간부들의 행렬이 이어졌고, 키리졸브훈련과 독수리훈련이 치러지는 내달 말까지도 이들 골프장의 주말 예약이 모두 찬 상태라는 것이다. 예비역들의 주말 군 골프장 사용은 10%로 제한되므로, 예약자 대부분은 현역 고위군인일 것이다.
국방부 말대로 주말골프 금지령이 내려지지 않았고, 데프콘ㆍ워치콘 등 군 경계ㆍ감시 상태도 아직은 평소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 골프가 군 간부들의 체력단련 수단으로 권장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별로 문제 삼을만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이 도발 수준의 협박을 연일 쏟아내고, 유엔안보리 결의 이후 대규모 군사훈련이 남북 양쪽에서 치러지는 국면이다. 군 최고통수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을 '위중한 안보위기 상황'으로 규정하고 매일 안보태세를 점검하는 비상시국이다. 이런 때에 국가안보의 최일선을 책임지는 군의 한가한 행태가 국민들에게 곱게 받아들여질 리 없다.
김병관 국방부장관 후보자의 여러 의혹 중에서 국민이 가장 마땅치 않게 보는 대목이 로비스트 의혹과 함께 천안함ㆍ연평도 피격 상황에서 골프를 하고 해외관광을 떠난 것이다. 아무리 예비역이라 해도 평생 안보업무에 종사해온 군인이 비상국면에서 나 몰라라 식으로 행동한 것만으로도 안보책임을 맡기기엔 부적절한 자질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게 김 후보자의 개인적 돌출행동이 아니라 전반적인 군 간부들의 인식이라는 점이 이번 주말골프 행렬에서 명백히 드러났다. "지금 가장 평온한 곳이 군 골프장"이라는 야당의 비아냥이 과하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청와대 진상조사에 상관없이 그토록 여러 번 도발 대비와 대응에 실패하고도 전혀 정신차리지 못하는 군 간부들의 인식은 실망을 넘어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이러면서 전투형 군대가 어쩌니, 정신무장이 어쩌니 하는 말은 듣기도 민망하다. 말이 아니라 국민이 신뢰할만한 모습을 제발 행동으로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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