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변사사건 검안비, 규정 모르는 유족에 '덤터기'

알림

변사사건 검안비, 규정 모르는 유족에 '덤터기'

입력
2013.03.10 17:31
0 0

지난달 중순 경찰로부터 K(48)씨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전해 듣고 병원에 달려간 K씨 동생은 "시신을 검안(檢眼ㆍ육안으로 검사)한 의사에게 돈을 보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즉시 25만원을 계좌 이체했다. "의사가 발급한 서류(시체검안서)가 있어야 장례를 치를 수 있다"는 병원 직원의 설명에 K씨 동생은 따져볼 생각조차 못했다.

경찰청 훈령인 '참고인비용지급규칙'에 따르면 검안비는 유족이 아니라 경찰이 시체검안을 위촉 받은 의사에게 지급하게 돼 있다. 사망 원인이 불확실한 변사사건의 범죄 가능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유족의 의사에 상관없이 검안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에서 비용을 대는 것이다.

하지만 본보가 서울경찰청의 검안비용 지급사례를 확인한 결과 K씨 사건처럼 경황이 없는 유족에게 덤터기를 씌우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서울경찰청의 검안비 지급내역에 따르면 2012년 발생한 변사(교통사고사 제외) 5,750건 가운데 72시간 내 진료기록이 있어 검안을 하지 않아도 되는 1,000건을 제외한 4,750건에서 경찰이 검안비를 지급한 경우는 3,074건(65%)에 불과했다. 나머지 1,700여건은 유족이 검안비를 낸 것이다. 서울의 한 경찰서는 64건의 변사사건 중 5건(8%)에 대해서만 검안 비용을 댔다.

변사자의 유족이 검안비용을 떠안는 것은 유족이 검안비용에 대한 규정을 알지도 못할뿐더러 경찰도 유족에게 알리지 않는 탓이다. 병원과 검안의사는 복잡한 과정 없이 즉각 돈을 받을 수 있는 유족 측에 요구하는 일이 잦다. 서울 강남지역 경찰 관계자는 "병원 측에 나중에 경찰에 검안비를 청구토록 당부하지만 유족에 받는 일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유족이 경찰에 검안비를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털어놓았다.

심지어 의사가 경찰과 유족 모두에게 검안비용을 요구하는 일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돈을 낸 유족과 경찰이 의사의 이중청구 여부를 확인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올해 초 스스로 세상을 등진 S(42)씨 유족은 검안비용으로 의사에게 수십 만원을 줬고, 이 사건을 처리한 경찰도 의사의 청구에 따라 7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유족 중 상당수가 의사에게 낸 검안비는 25만원 안팎 수준으로 경찰보다도 2, 3배 이상 많았다. 경찰 내부지침상 '건당 10만원 이하'로만 정해져 있고, 서울의 경찰서마다 정한 상한선은 5만~7만원 선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검안제도의 주먹구구식 운영은 유족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철저히 문제점을 파헤쳐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은미기자 mys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