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 유출 사고, 어선 전복 및 화재사고에 이어 지난 주말 전국적으로 산불이 발생하는 대형 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새 정부의 재난안전 대책을 총괄하는 안전행정부 장관 임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재난 대응 컨트롤타워'의 공백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임기가 끝난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과 아직 정식 임명되지 않은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가 동시에 활동하는 어색한 상황이 빚어지는가 하면 사회적 재난이 확산되면 가동해야 하는 중앙안전재난대책본부(중대본)도 꾸리지 않는 등 재난대응에 큰 구멍이 뚫린 것이다.
10일 행안부와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9일 경북 포항과 울산 등 전국적으로 21곳에서 산불이 발생했는데도 중대본이 구성돼 가동되지 않고, 소방방재청의 긴급구조통제단만 가동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의 방재 당국자는 "어제 회의에서 중대본 가동 여부를 논의했지만 불길이 번지는 상황이 아니어서 긴급구조통제단만 운영하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산불 주무관청인 산림청에서도 10일 아침에서야 산불 '주의' 단계를 '경계'단계로 격상했다"고 밝혔다.
재난안전 총괄책임자의 대응도 늦었다는 지적이다. 산불 발생 하루가 지난 10일 오전 10시15분에서야 소방방재청 재난상황실에 맹 장관이 방문, 산불 피해현황과 대응상황을 점검했다. 중대본 본부장은 행안부 장관이 맡도록 돼 있으나 후임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끝난 후 임명을 앞두고 있어 맹 장관은 사실상 업무에서 손을 뗀 것으로 전해졌다. 1시간 뒤인 오전 11시15분에는 유 장관 후보자가 재난상황실을 방문해 현황 보고를 받았지만, 정식 인선이 안돼 차관급인 소방방재청장에게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0시30분에는 이정현 청와대 정무수석이 재난상황을 점검하는 등 3명의 장ㆍ차관급 관련자들이 출동해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전국의 산불은 9일 하루에만 21건 등 주말 이틀간 27곳에서 발생해 임야 122㏊가 탔다. 이로 인해 사망자 1명과 부상자 17명, 이재민 150여명 등의 인명피해에다 주택 79채가 불타는 대규모 재산피해가 났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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