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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만화가, 웹툰 독자들의 허를 찌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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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만화가, 웹툰 독자들의 허를 찌르다

입력
2013.03.10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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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 머리 위로 지울 수도 가릴 수도 없는 붉은 선이 뻗어 나온다. 그 선은 성관계를 맺은 사람과 이어진다. 사람들은 그 선을 'S라인'이라 부른다. 사회는 극심한 혼란에 빠진다. 만화가 꼬마비(필명)가 한 포털사이트에 연재할 당시 독특하면서도 충격적인 발상과 내용으로 눈길을 끌었던 만화가 책으로 나왔다.

(전 3권, 애니북스 발행)은 지극히 민감한 사생활이 만천하에 공개된다는 섬뜩한 가정하에 벌어지는 얘기이다. 부부는 신뢰가 깨져 가정해체에 이르고, 청순한 이미지의 아이돌 스타는 추락한다. 교회 목사가 '네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는 설교를 하는 순간 여신도들과 연결된 S라인이 생기기도 한다. 자신의 출세를 위해 S라인을 지우려는 살인청부업까지 성행하는 등 그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소동을 그렸다.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비밀이 드러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만약 S라인이 보인다면 부조리한 이면이 많이 드러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한 작품입니다." 8일 만난 만화가 꼬마비는 답을 내 놓고 질문을 던지는 게 아니라 독자들의 답이 무엇인지 듣고 싶다고 했다.

"어느 누구도 절대 내놓고 말할 수 없는 부분이잖아요. 제가 의도한 건 S라인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해 파급되는 관계예요. 먼저 네이버 웹툰에 연재될 때 선정적인 무엇을 기대하고 왔다가 실망하신 분들도 꽤 있었죠.(웃음)"

가장 먼저 파국을 맞는 건 막 출산한 기쁨이 채 가시지 않은 부부다. "S라인이 생길 경우 가장 먼저 타격이 올 것 같은 집단이 가족이더라고요." 다소 발칙한 발상에서 시작했지만 그 내용은 윤리적 사회적 딜레마와 인간 군상 사이의 문제를 묵직하게 담아 네 컷 만화로 소화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2등신의 귀여운 캐릭터가 등장하는 명랑만화 같은 그림은 채색도 생략하고 간단히 처리했다. 빨간 선으로 표현되는 'S라인'을 도드라져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다. "리얼한 감정이나 상황을 전달하기 위해 아주 세밀한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도 있지만 반대도 통하죠."

꼬마비는 전작 에서도 귀여운 그림으로 연쇄살인과 심리수사를 담아내 화제가 됐다. 2011년 대한민국 콘텐츠어워드 만화 신인상, 오늘의 우리만화상 등을 수상한 이 작품은 영화판권 계약이 이뤄져 영화로도 나올 예정이다.

그는 대학시절 단골술집 이름 '꼬마비'를 필명으로 활동하며 나이나 이름 등 신상을 알리지 않고 있다. "남자다 여자다, 어떻게 생겼고 학력은 어떻더라는 신상이 제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전혀 도움이 안되니까요. 다만 작품에 따라 새로운 필명을 덧붙이기도 합니다." 에는 노마비를, 에는 앙(殃)마비라는 이름을 첨가했다.

웹에 먼저 공개돼 인기를 얻었지만 그는 단행본 출간을 앞두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했다. 웹툰의 스크롤방식에 맞춘 그림이 우대받는 추세 속에서도 꿋꿋이 책을 염두에 두고 만화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제 스스로 구세대이다 보니 무조건 만화책이 우선입니다. 칸의 배열이나 점층적으로 변화하는 그림으로 긴장감을 끌어내는, 3D애니메이션으로도 표현이 안 되는 어떤 지점이 만화책에는 분명 있거든요. 만화책 독자들의 반응이 기대됩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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