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로 집을 잃은 할머니가 예기치 못한 보험금 덕분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8일 충북 보은군 탄부면 상장1리 어귀에 있는 아담한 1층 한옥. 금세 청소를 마친 듯 마당이 말끔하고 집안 가재도구도 가지런하다. 새로 도배한 방 안에 들어선 조외종(79ㆍ여)씨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할머니는 "꿈만 같다"는 말을 되뇌었다.
낡은 농가에서 혼자 살던 할머니가 불의의 화재 사고를 당한 것은 지난 1월 20일 오전 10시쯤. 난방이 안돼 방안에 켜두고 지낸 전기장판이 화근이었다. 할머니는 하루 아침에 전 재산인 집과 가재도구를 모두 잃고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됐다. 정부로부터 한 달 23만원의 기초생활수급비로 근근이 살아온 할머니에게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실의에 빠진 할머니에게 뜻밖의 화재보험금이 기다리고 있었다. 보은군이 주거환경이 열악해 화재위험에 쉽게 노출되는 저소득층의 안정을 위해 기초생활수급자 명의로 화재보험을 들어 놓았던 것이다.
보은군은 민선 5기 특별 복지시책의 하나로 2011년부터 군내 기초생활수급자 주택 전체를 대상으로 화재보험(1년 소멸형)에 가입해주고 있다. 가구 당 보상금은 최고 1,500만원(건물 1,000만원, 가재도구 500만원)이다. 전액 군비로 대납하는 보험료는 연간 1,000여 만원선, 올해 가입자는 935가구이다.
전 재산을 모두 잃은 조 할머니는 최대인 1,500만원의 보험금을 타게 됐다.
마을 주민들은 보험금 지급 소식을 듣자 긴급회의를 소집, 할머니에게 새 보금자리를 만들어주기로 했다. 마을 안 빈집을 연 100만원의 저렴한 임차료에 빌려 보일러와 전기설비를 새 것으로 교체했다. 벽지와 장판도 다시 하고 가재도구도 새로 들여놨다.
주민들이 똘똘 뭉쳐 애를 쓰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탄부면 기관ㆍ단체장들도 십시일반으로 모은 115만원의 성금을 보내왔다. 사고 이후 경로당에서 생활해 온 할머니는 주민들의 축하를 받으며 새 집에 입주했다. 이 마을 송민헌(68) 이장은 "군의 화재보험 덕분에 할머니가 여생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게 됐다"면서 "할머니가 외롭지 않도록 이웃들이 자주 왕래하면서 돌봐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최경훈 보은군 희망복지계장은 "저소득층 화재보험으로 지금까지 세 가구가 수혜를 입어 납부한 보험료보다 더 많은 보험금을 타냈다"며 "불의의 화재로 낙담한 불우이웃에게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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