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테니스의 '성지' 장충테니스코트가 지자체의 안이한 판단으로 상업시설화 위기에 놓이자 테니스인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주원홍 테니스협회장을 비롯한 300여명의 테니스인들은 10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자락에 있는 장충코트에서 운영권 반환 촉구 궐기 대회를 열었다.
장충코트는 대한테니스협회장을 역임한 고 홍종문씨가 1971년 사재 3,000만원을 털어 건립한 이후 서울시에 기부체납 한 뒤 2008년까지 38년간 테니스협회에서 운영해왔다. 그러나 서울시가 2009년부터 장충코트에 대한 운영자 선정 입찰을 추진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테니스협회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매년 8,800만원의 사용료를 납부하는 조건으로 운영권을 낙찰 받아 관리해왔지만 지난 2월 코오롱스포렉스가 새 낙찰자로 선정되면서 갈등이 첨예화됐다.
장충코트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서울시 중부공원 녹지사업소측은 계약만료에 따라 정당한 절차를 밟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테니스협회는 테니스인들의 메카와도 같은 상징성을 무시한 처사라며 강력 반발했다. 주원홍 협회장은 "서울시는 장충코트에 돈 한푼 안 들이고 기부체납 받았지만 테니스인들은 70년대에 1억3,600만원을 모금해 시설을 전면 개보수해 지금까지 운영해왔는데 서울시가 이런 기본적인 사실에 대해선 애써 눈감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는 이어 "장충코트의 특수성을 감안해서라도 테니스협회에서 운영권을 계속 맡아야 한다"며 서울시의 무신경 불통 행정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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